[프로야구] 30만 달러 ‘균일가’ 용병들의 완전히 다른 과거

[프로야구] 30만 달러 ‘균일가’ 용병들의 완전히 다른 과거

기사승인 2013-12-17 15:20:01


[쿠키 스포츠] 프로야구 각 구단들이 언론사에 보내는 새 외국인 선수 영입 보도자료에는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구절이 있다. 바로 ‘30만 달러에 계약했다’는 내용이다. 20만 달러도 없고, 25만 달러도 없다. 모조리 30만 달러다. 새 외국인 선수의 몸값 상한선이 30만 달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겉으로는’ 균일가인 외국인 선수들이지만 그들의 과거는 완전히 다르다.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비교도 안 될 만큼 적은 연봉을 받던 선수와 같은 돈을 받고 뛰어도 된다는 선수가 ‘성인군자’처럼 느껴질 정도다.

두산 호르헤 칸투, 2010년 ‘600만 달러’ 받아

두산베어스가 영입한 타자 호르헤 칸투는 메이저리그 통산 104홈런이라는 걸출한 이력에 걸맞게 과거 연봉도 가장 눈에 띈다.

미국 스포츠 통계 전문 사이트인 스포츠 레퍼런스에서 운영하는 ‘베이스볼-레퍼런스’에는 플로리다 말린스 소속이었던 2009년과 2010년 칸투가 받은 돈이 각각 350만 달러, 600만 달러(한화 약 64억원)라고 나와 있다. 역시 600만 달러라고 나온 다른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큐브’에 따르면 이는 그해 플로리다 팀 급여 지급 총액인 5564만1500달러의 10.8%에 이르는 액수다.

베이스볼-레퍼런스에서 해당 선수의 ‘salary’ 카테고리에는 ‘정확하지 않고 별도의 보너스는 포함되지 않았을 수 있다(Salaries may not be complete and may not include some earned bonuses)’는 단서가 붙어 있다.

하지만 당시 칸투는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라 이 같은 연봉을 받을 만도 했다. 2005년 템파베이 데블레이즈에서 28홈런 117타점을 올리며 최고의 유망주 중 한 명으로 꼽히던 칸투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다 2008년 50만 달러를 받고 플로리다로 이적했다. 칸투는 그 해 155경기에 나와 타율 0.277 29홈런 95타점을, 2009년에는 149경기에 나와 타율 0.289 16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면서 만개한 기량을 과시했다. 연봉이 수직 상승하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었던 시기다.

이후 성적이 눈에 띄게 하락한 칸투는 2011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85만 달러를 받았다. 칸투가 멕시칸 리그에서 얼마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산 관계자는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칸투가 메이저리그에서 한때 높은 연봉을 받았던 것은 맞다. 그땐 그럴만한 선수였다”며 “멕시칸 리그는 리그 자체가 돈을 많이 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받아봐야 10만~20만 달러 정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화이글스가 영입한 펠릭스 피에(위 사진)는 칸투가 승승장구했을 때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을 조금 넘는 금액을 받았다. 빠른 발, 수비 능력, 타격 센스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피에는 2007년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해 2008년 40만1500 달러, 2009년 41만 달러, 2010년 42만 달러를 받았다. 그는 2010년에 82경기에 나와 타율 0.274 31타점 5홈런을 기록한 후 2011년에 98만5000 달러로 칸투보다 13만5000 달러를 앞질렀다.

한편 NC다이노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타자 에릭 테임즈는 2012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48만5900달러를 받았다. 내년부터 KIA타이거즈의 뒷문을 책임질 것으로 보이는 투수 하이로 어센시오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2011년 41만4000달러,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이었던 2012년 48만 달러를 받았다는 것이 통계 사이트에 나온 과거 연봉 기록이다.

믿을 것 못 되는 ‘30만 달러’, ‘화려한 과거=화려한 성적’은 아니야

사실 새로 영입되는 모든 선수들이 똑같이 ‘30만 달러’를 받는다는 걸 믿는 야구 관계자들이나 팬들은 거의 없다. 이제 구단들은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는 훈장 없는 외국인 선수는 안중에도 없다. 빅리그 경험을 갖춘 선수들을 30만 달러에 영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야구계의 정설이다. 이제 ‘30만 달러’는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너무 심하게 뛰어 오르는 것을 제어할 수 있는 ‘문서상 상한선’ 정도에 불과하다.

과거에 높은 연봉을 받았던 선수라고 한국에서도 좋은 활약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일본과 한국 리그를 호령한 로베르토 페타지니(LG트윈스)는 1996년 뉴욕 메츠에서 13만5000달러를, 2006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45만 달러를 받았다. 또 지금까지도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인 선수라고 평가받는 타이론 우즈(두산베어스)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본 적도 없는 선수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