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고려대 이샛별씨(20·수학과)가 작성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찢고 인증사진을 올린 일베 회원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씨가 “학교 안에 붙인 대자보를 찢고 자신을 향해 성추행성 댓글을 남긴 일베저장소(일베) 아이디 ‘자궁떨리노’를 처벌해 달라”며 16일 고소장을 제출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7일 일베에서 피고소인이 이씨에게 성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고소인과 피고소인 간 대질심문을 마쳤다"며 "오늘은(19일) 대자보를 훼손당한 내용에 대해 고소인을 불러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특별법 위반, 모욕죄, 재물손괴죄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피고소인을 불러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 13일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학교 안 게시판에 게재했으나 2차례에 걸쳐 훼손된 것을 확인했다.
이후 14일 오후 7시30분쯤 일베에는 “고려대 철도파업 대자보 찢어버렸다”는 제목의 글과 함께 인증샷이 올라왔다. 피고소인은 이 글에서 “빨갱이들이 학교 망신 다 시키고 다니는 꼴 보기 싫어서 1차로 찢었는데 밥 먹고 오니 다시 붙여놨노”라며 “질 수 없어서 다시 찢어 버렸다”라고 적었다. 또 댓글에서 성희롱성 댓글을 달았다.
이씨는 “전국의 대학에서 ‘대자보 훼손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려대에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전국 대학가를 넘어 고등학교와 해외까지 번지면서 일베를 중심으로 대자보를 훼손하는 행위도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는 대자보를 찢은 이들을 형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대자보를 개인이 관리하고 소유하는 재물 또는 문서로 볼 수 있다”면서 “특정인의 의사를 전달하는 대자보 역시 법의 보호를 받는다. 이를 함부로 훼손할 시 재물손괴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수사할 것이며 고소장을 접수 할 때 인터넷에 올라온 훼손 인증샷을 첨부하면 증거자료로 활용해 수사를 한층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궁떨리노’는 지난 15일 새벽 1시쯤 일베 게시판에 ‘고소 준비한다. 도와주면 고맙겠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여기저기 나를 향한 모욕, 욕설 관련 글을 모으는 중”이라며 일베 회원들에게 “자료정리(사진 캡처) 좀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