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있다면” 장미란이 정말 그랬을까?…팬들 ‘멘붕’ 속 신중론도 고개

“상식이 있다면” 장미란이 정말 그랬을까?…팬들 ‘멘붕’ 속 신중론도 고개

기사승인 2013-12-21 17:02:00

[쿠키 스포츠] “상식이란 게 있나요.” “그 동안 힘들게 쌓아놓은 것들 이렇게 한 번에 날리네요.”

장미란 팬들이 ‘멘붕’에 빠졌다. ‘여대생 청부살해범’ 윤길자(68·여)씨의 남편이자 대한역도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영남제분 류원기(66) 회장에 대한 ‘선처’ 탄원서에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 때문이다.

류 회장은 2011년 8월 부인인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위해 윤씨의 주치의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박모 교수(53)에게 1만 달러를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역도인들은 류 회장이 ‘역도인들을 위해 애써 온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그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만일 장미란이 이런 이유에 동의해 자발적으로 탄원서에 이름을 올렸다면 아무리 장미란이라도 같이 서명한 300여명의 역도인들과 함께 지탄 받아 마땅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 모습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그동안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도 법의 심판을 피해 간 힘 있는 기업인들의 흔한 명분이 바로 ‘여기(법정) 앉아계신 OOO 회장님은 그 동안 한국 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해 온 분입니다’였고, 이런 그들만의 논리가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든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단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류 회장이 ‘역도인들을 위해 애써 온 인물’이기 때문에 ‘범죄에 대해’ 선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모습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비난보다는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러 단체를 통해 등장하는 소위 ‘탄원서’라는 것이 언제나 구성원들의 진정성이 담보되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 구성원이 그 내용도 모른 채 서명만 이뤄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럴 경우 장미란은 대중적 영향력을 가진 스포츠인답지 않게 신중하지 못했다는 빈축 정도는 살 수 있겠지만 그래도 큰 비난에선 벗어날 수 있다. 장미란보다는 이런 탄원서를 기획하고 서명을 주도하면서 운동 밖에 모르고 사는 수많은 스포츠인들을 한 순간에 비상식적인 인간으로 만든 이들이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단체 주도라는 부담에 어쩔 수 없이 서명했을 수도 있다.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된 SK 최태원 회장에 대한 선처 탄원서에 이름을 올렸던 안철수 의원(당시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이 이 같은 경우다.

안 의원은 2003년 4월 서울중앙지검에 구속된 최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 회원들과 함께 탄원서를 제출했다. 안 의원은 이런 사실이 지난해 수면 위로 떠오르자 “10년 전 서명 당시에도 부담을 느꼈고 내내 그 일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생각해 왔다. 인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며 사과와 반성의 뜻을 전했다.

이 때 안 의원은 부담을 가지고 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니라 부담을 가지는 상황이었음에도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인정했다.

분명한 건 장미란도 흔쾌히 동의가 아닌 많은 고민을 했더라도, 가벼운 마음이 아닌 부담을 가지고 했더라도, 탄원서의 내용을 알고 서명을 했다면 응분의 비난과 댓가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미란을 응원해 온 팬들은 이제 장미란의 입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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