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갈등조정 실패 첫 사례… '한국식 대처리즘?'

박근혜 정부 갈등조정 실패 첫 사례… '한국식 대처리즘?'

기사승인 2013-12-22 16:43:01
[쿠키 사회] 철도노조 집행부 체포를 위한 경찰의 전격적인 강제 진입 작전은 박근혜정부의 첫 대규모 이해집단 갈등 조정 실패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비록 이번 파업이 불법으로 규정됐고, 그 명분도 정부가 분명하게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수서발 KTX법인 민영화 반대였지만 충분한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태가 악화된 측면도 없지 않다.

정부는 국가기간산업인 철도가 14일째 파업에 접어들면서 노선 축소와 가동률 저하 등으로 국민불편이 현실화되자 강제 진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철도파업 사태를 통해 새 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불법 집단행동 단호 대처’ 원칙을 명확하게 제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그동안 누차 민영화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는데 ‘민영화 하지 말라’고 (철도노조가) 파업하는 것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국민경제에 피해를 주는 명분 없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오랜 침체기를 거쳐 막 되살아나려는 대한민국호(號)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도 1980년대 공기업·귀족노조의 ‘툭하면 파업’식 행태를 뿌리 뽑아야한다는 속내를 분명히 드러냈다. 일각에선 ‘한국식 대처리즘’이란 해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는 앞으로도 공공기관, 공기업, 대규모 민간기업 노조 전체에 퍼져있는 만성적 집단행동 관행에 대해 ‘엄격한 법 집행’ 원칙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일개 공기업의 노사갈등이 사회 전체의 분열양상으로 상승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충분한 타협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불법 파업 이전에 이를 막는 노력, 요컨대 근로자 집단에 대한 충분한 소통과 설득에 나서지 않으면 ‘사(社) 대 노(勞)’ 대결이 ‘보수 대 진보’의 갈등으로 전환될 소지가 높다는 우려다. 만성병(상습 쟁의)을 근절하려다 또 다른 고질병(보·혁 대결)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권력이 투입된 22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건물 내 민주노총 사무실에는 철도노조와 전국민주노동총연맹(민주노총) 회원 뿐 아니라 민주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소속 야당 의원들이 집결해 박근혜정부를 성토했다. 민주노총은 “무리한 강제진압은 전적으로 청와대 책임”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박근혜정부로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명분 없는 집단행동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강경대응의 후유증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됐다.

국민 여론이 불법파업에 나선 철도노조 보다는 정부의 편에 서 있다고 평가하고 강경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가 ‘반대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인식이 커지면 여론은 언제 돌아설지 장담할 수 없다. 공기업 개혁에 대한 정부차원의 노력과 함께 이익집단의 불법행동 근절에 대한 공감대를 먼저 형성한 다음 ‘법과 원칙’이란 명분을 내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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