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종편불패, 대통령 수호천사 앵커 "소통 안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전정희의 스몰토크]종편불패, 대통령 수호천사 앵커 "소통 안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기사승인 2013-12-23 10:10:01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1. 그 ‘요란한’ 종합편성 채널이 22일 경찰의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위한 민주노총 본부 강제 진입 뉴스를 보도하면서 대목을 만났습니다. 제작비 크게 들이지 않고 24시간 현장과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뉴스를 내보면 되니 더 할 수 없는 호재지요. 종편 채널인데 보도 채널처럼 보이는 게 요즘 종편입니다. 누가 견제도 못하고요.

2. 일부 종편의 뉴스 보도 태도는 가치중립적이지 못합니다. ‘보도’라기 보다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분명하게 지지정당이나 지지계층을 밝히고 그들의 기관지나 기관방송을 하는 것이 솔직하다고 봅니다. 언론법에 걸릴려나요?



3. 반면 ‘뉴스 와이’ ‘YTN’은 팩트 중심으로 냉정하게 보도하려고 애씁니다. 공정성 객관성 균형성 등에서 크게 나무랄 것이 없었습니다. 제대로 훈련 받은 기자와 데스크가 앙상블을 이뤘다고 봅니다. 일부 종편이 워낙 ‘주장 방송’을 하고 있는 탓에 상대적으로 빛나 보인 점도 솔직히 있었습니다.

4. 종편 게스트 중엔 동종 업계인지라 제가 아는 이들도 나와 뉴스 분석을 합니다.

“저 친구 왜 저래?”

마구 한 쪽의 입장만 목소리 높여 대변 하는 그 지인을 화면을 통해 보니 내가 알던 그 친구 맞나 할 정도로 균형을 상실했습니다. 나이 들면 보수적으로 변하는 게 당연하지만 원칙과 양심도 없이 ‘돌변했다’ 싶을 정도면 뭔가 문제가 있는 거지요.

5. 이러다 보니 코미디 같은 일도 벌어집니다. 박근혜 정부의 철도노조 파업 진압이 정당한 쪽으로 앵커와 게스트들이 몰아가는 데 젊은 기자 하나가 ‘눈치 없이’ 따라 주지 않습니다.

앵커가 청와대 출입하는 기자에게 박 대통령의 철도노조 강경 진압이 크게 문제없는 것 아니냐고 묻는데 그 기자는 소통에 실패한 대통령을 지적하며 ‘생뚱한’ 대답을 합니다.

“집권 1년이 되도록 한 번도 (청와대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어요. 통상 몇 번은 있어야죠. 그러니 불통이란 소리를 듣죠.”

당황한 앵커 표정 굳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안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앵커와 게스트 등이 젊은 기자의 말문을 묘하게 막아버립니다.

5. 종편 일부 채널은 이날 종일 ‘특보’ ‘속보’ 등의 선동 방송으로 날을 지새웠습니다. 이날 외에도 수시로 ‘특보’와 ‘속보’라는 타이틀을 달아 뭐가 중요 뉴스고, 뭐가 일상 뉴스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무디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결국 신뢰도 저하를 가져오겠죠.



6. 향기로운 풀과 누린내 나는 풀이 함께 섞여 있으면 결국 악취가 난답니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쪽이 이긴다는 얘기죠. 선인과 악인의 싸움에서도 자연히 악인이 큰 세력을 차지합니다. 미디어 생태계에 강자가 등장했습니다.

7. “안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앵커의 이 얘기가 귀에 빙빙 맴도는 아침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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