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하지혜 씨 오빠, 역도연맹 탄원서에 “대응? 반응? 그럴 가치도 없다”

故하지혜 씨 오빠, 역도연맹 탄원서에 “대응? 반응? 그럴 가치도 없다”

기사승인 2013-12-23 15:20:01

[쿠키 사회]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피해자 고(故) 하지혜(오른쪽 사진) 씨의 오빠 진영씨가 최근 대한역도연맹이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대한역도연맹 회장)에 대한 ‘선처’ 탄원서를 낸 것에 대해 “대응을 하거나 반응을 보일 가치조차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진영씨는 23일 국민일보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소식이 전해진 후 대중은 공분했지만 오히려 우리 가족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며 “그만큼 신경을 쓸 가치조차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영씨는 “지난주 금요일(20일) 9차 공판에서 류 회장의 변호인이 탄원서에 대한 얘기를 해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때까지만 해도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박모 교수에 대해 제자 의사들이 감형 탄원서를 낸 것과 비슷한 행동이라고만 생각했다”며 “그런데 그날 저녁에 장미란(왼쪽 사진) 씨가 언급되면서 상당히 시끄러워진 걸 지인이 스마트폰으로 보내준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살인을 청부한 류 회장의 부인 윤길자씨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구속된 박 교수의 제자 100여명은 박 교수의 감형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얼마 후 박 교수는 보석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진영씨는 “‘내용을 몰랐다’는 장미란씨의 해명을 솔직히 믿지 않는다. 하지만 알고 서명을 했더라도 입장을 이해한다. (연맹의 영향력에) 어쩔 수 없이 서명한 역도인들이 많을 거다”라며 “운동만 하며 살아온 분들을 탓하고 싶은 생각 없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상황이 역도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오히려 있을지 모를 비자발적 서명 역도인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는 “되레 장미란씨에게 고맙다. 기사에 역도연맹만 거론됐으면 별로 화제가 안 됐을지도 모르는데 장미란씨가 등장해 사건이 더 많이 알려졌고 여론도 크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진영씨는 “영남제분 측은 머리가 나쁜 것 같다. 가만히 있는 게 제일 나을 텐데 자꾸 쓸데없는 짓을 해서 오히려 상황을 자기들에게 불리하게 만든다”며 냉소를 보내기도 했다.

역도연맹은 20일 역도인 300여명의 이름으로 류 회장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여기에는 한국 여자역도의 영웅인 장미란씨도 포함돼 대중적 분노가 일어났다. 이에 장미란씨는 ‘장미란 재단’ 페이스북을 통해 “내용을 몰랐고 그저 연맹을 위하는 일인 줄만 알고 서명했다”고 해명했다.


류 회장은 2011년 8월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위해 당시 윤씨의 주치의였던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박모 교수(53)에게 허위진단서 발급 대가로 1만 달러를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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