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박 대통령 앞에 코박고 있다

[전정희의 스몰토크]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박 대통령 앞에 코박고 있다

기사승인 2013-12-24 17:17:01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1. 박근혜 대통령의 정국 운영은 왜 이렇게 꼬일까? 그 답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에게 있다.

새누리당은 집권당으로써 존재감이 없다. 당·정·청의 3축을 이뤄주어야 하는데 그 축이 부실하다. 마치 카메라 삼각대의 한 축이 짧은 것과 같다. 그러다 보니 국민을 대하건, 야당을 대하건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2. 새누리당은 지금 나르시시즘에 빠진 이들처럼 몽환적 정치로 일관한다. 재집권에 따른 자기도취가 지나치다. 계파 간 황금분할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무의식으로 정국 현안을 대하고 있는 듯도 하다.

그러다 보니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집권 1년 간 한 달란트를 땅에 묻고 주인에게 칭찬 받기를 원하는 종과 다름없다. 주인이 돌아와 자신이 준 한 달란트를 찾으니 땅 속에서 꺼내어 순종했다는 칭찬을 받기 원하는 표정이다.

새누리당이 한 일이란 붉은 색으로 당 로고 바꾼 것과 윤상현이라는 원내수석부대표라는 인물을 당 간판으로 비치게 한 것이다. 다른 건 기억력이 떨어져 모르겠다.

3. 지금 대한민국은 구한말 서세강점 못잖은 열강에 의한 동북아 재편성, 북한의 정치요동, 철도노조 파업 등 산적한 현안으로 태스크 포스를 꾸려야 할 정도다. 155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모여 기껏 현실성 없는 의원제명이나 할 한가한 처지가 아니다.

4. 이 격동기를 헤쳐나갈 리더로서 황 대표여야 한다. 한데 황 대표는 야당과의 협상 파트너로서만의 새누리당 대표가 아닌데 거기에 함몰되어 아직도 불리하면 ‘친노’꺼내며 결기를 세운다.

황 대표는 요즘 ‘얼굴마담’으로서 여기저기 공식행사에 불려 다니기 바쁘다. 안보와 소외 계층 행사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 황 대표 마인드다. 나쁘지 않다. 그러나 황 대표는 동네 이장이 아니다.

5. 그런 황 대표의 자세는 공무원 리더십이다. 임기 동안 무탈하면 성공한다는 식 말이다.

황 대표에겐 카리스마가 없다. 갈등이나 위기를 해결할 때 추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정치적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리더의 카리스마 비전 말이다.

시골 훈장처럼 부드러운 얼굴로는 위기의 시기에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다. 속된 말로 성질이 더럽고, 인품이 별로 라는 얘기를 들으며 자신의 정치 철학이 배어나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 비전을 찾아 볼 수 없다. 정치하는 이는 ‘하늘이 낸 백성 중에 먼저 깨달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애들 말로 ‘능력자’여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

6. 황 대표는 곱씹어 봐도 무난한 사람이다. 이 무난한 리더가 정치 역학상 필요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휘자는 전쟁터에서 군주의 명령일지라도 받아들이지 않는 수가 있다. 지금이 그 시기다.

7. 황 대표는 무난한 리더를 원하는 ‘군주’ 앞에서 책임지고 시국을 풀어나가겠다고 밝혀라. 그것이 집권당 대표로서 국민 앞에 당당한 일이다.

어사 박문수는 영조 임금 앞에서 이렇세 말했다고 한다.

“근래 환국(換局)이 빈번하다 보니 조정 신하가 겁을 먹어 모두 땅에 코를 쳐박고 있습니다. 임금과 신하는 아비와 자식의 관계와 같은데 자식이 아비의 얼굴을 쳐다본다 해서 안 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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