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이정석)는 24일 열린 박 의원 재판에서 “돈을 줬다는 공여자들의 진술을 정황 상 믿기 어렵고, 혐의를 입증할 물증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공여자들이 수사와 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고 검찰에서 허위 진술을 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 임건우 전 보해양조 회장으로부터 총 8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검찰 수사 당시 ‘박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장소·시간적 제약에 비추어 볼 때 이들이 박 의원에게 돈을 건네기 어려웠다”고 봤다.
임 전 회장은 수사 당시 “2008년 목포의 한 호텔에서 박 의원 보좌관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톨게이트 기록에 따르면 임 전 회장이 돈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은 5분 밖에 없었다”며 “시간 상 돈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임건우 전 회장은 2011년 원내대표실에서 박 의원을 만났고 테이블에 돈을 두고 나왔다고 진술했으나 물증이 없어 무죄로 인정됐다.
저축은행 수사와 관련, 박 의원 외에도 10여명의 정·관계 인사들이 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고 있다. 검찰이 구속된 저축은행 회장들을 무리하게 압박해 진술을 받아낸 게 아니냐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부산저축은행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 김장호 전 금융감독원부원장보 역시 무죄가 확정됐다. 지난 6일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도 지난 8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모두 물증 없이 공여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기소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검찰이 박 의원을 표적 수사했다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2003년 대북송금사건 특검 때 당시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15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이후 박 의원은 한화그룹 수사, 고려조선, 양경숙 공천 헌금 사건 등에서 검찰과 악연을 맺어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