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실패할 도전이었기에 더욱 처절해보였고, 아름다웠고, 팬들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줬다.
지난 23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대표 선발전 겸 전일본 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에 맞춰 링크에 오른 안도는 체력적인 부담 탓인지 잦은 실수를 범했다. 본경기 직전 드레스 리허설에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 기대를 모았던 터라 아쉬움이 더욱 컸다.
하지만 가슴속 한을 풀어헤치듯 혼을 담은 그의 퍼포먼스에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키스앤크라잉존에서 안도는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담은 채 최종 결과를 기다렸다. 잠시 후 발표된 점수는 106.25점.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를 더해 총점 171.12점을 받은 그는 펑펑 울었다. 7위의 성적으로 마지막 목표인 소치행은 좌절됐지만 한 아이의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이 배어있는 눈물이었다.
그는 대회를 마친 후 “오늘이 17년 선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다. 나답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하다”며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안도는 아사다 마오와 함께 일본 여자 피겨스케이팅을 양분해 온 스타로 2007년,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2002년 세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쿼드러플(4회전) 살코 점프를 소화하며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2006년 토리노올림픽을 앞두고 급격한 신체 변화로 부상과 슬럼프에 빠졌다. 특히 양가집 규수같은 아사다와 달리 니콜라이 모로조프와의 동거설과 유난스러운 피겨의상 등으로 여러 차례 신문 가십란을 장식했다.
게다가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잠정 은퇴했던 그는 지난 7월 미혼모로 딸을 출산한 사실을 고백해 일본 열도를 다시 한번 뜨겁게 달궜다. 일본 언론들은 딸의 아빠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됐지만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신 소치올림픽 도전을 선언했다. 지난 4월 출산 이후 몇 달도 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무모했다. 하지만 그는 “딸의 존재를 세상에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에 스케이터로서 확실히 하고 싶었다”면서 “그동안 몇 번이나 포기하려 했지만 딸의 얼굴을 보면 결과가 어떻든 포기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그의 도전을 비웃던 사람들도 점차 그의 모습에 감동해 응원하기 시작했다. 선수 생활을 마친 그는 이제 지도자로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가 딸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씩씩하게 살아가길 기대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