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기 철도파업… 노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 노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기사승인 2013-12-30 16:22:00
[쿠키 사회] 철도 파업이 22일째인 30일 여야 합의로 극적 타결되면서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성공했고, 노조는 철도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양측 모두 잃은 점도 많다. 정부와 사측은 수서발 KTX 개통 이후에도 코레일 경영상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떠안게 될 상황이다. 노조는 ‘자회사 설립 저지’란 목적 달성에 실패해 사실상 패배란 평가를 받는 데다 경찰 수사와 징계 등의 문제도 그대로 남아 있다.

정부와 코레일은 최장기 철도 파업의 홍역을 치렀지만 당초 목적을 달성했다. 수서발 KTX 운영법인 설립으로 114년간 이어져온 철도의 독점 구조를 깨고 코레일의 체질 개선을 유도할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2005년 코레일 출범 당시 50%였던 부채 비율이 지난 6월 기준 435%로 급등한 것은 코레일의 비용 낭비형 구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여객 화물 차량 등 다양한 기능이 혼재돼 있어 객관적인 비용 검증이 어려웠다. 이에 경쟁 회사를 만들어 코레일과 경영 효율성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봤고 이번에 그런 회사를 출범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공공부문 노조들은 경쟁체제 도입 반대 투쟁을 벌여 왔다. 정부는 이번에 철도노조와의 싸움에 이겨 처음으로 공공부문 경쟁체제를 실현하게 됐다. 이는 다른 공공부문의 경쟁체제 도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내년 봄 춘투(春鬪)를 앞두고 노동계와의 기 싸움에서 정부가 주도권을 잡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향후 수서발 KTX 개통 이후에도 코레일 경영상태를 개선할 해법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정부가 도로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아울러 파업 기간 내내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놓고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터라 정부 스스로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준 측면도 있다. 향후 다양한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할 때 민영화 논의를 쉽게 꺼낼 수 없도록 정부가 제 발목을 잡은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으로 민영화 문제를 공론화시켰다는 데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은 “파업을 통해 민영화 망령이 없어지고 민영화 문제가 국민 속에 각인됐다는 게 성과라고 본다”며 “정부가 민영화가 아니라고 부인할 만큼 국민들 사이에서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공론화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의 승리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실무교섭을 파행에 이르게 한 ‘수서발 KTX 면허 발급 철회’ 주장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사회적 논의 기구를 통해 수서발 KTX의 공공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사측 제안이 사실상 관철된 셈이다. 다만 철도노조 백성곤 홍보팀장은 “파업 철회와 관계없이 수서발 KTX 면허 발급 취소 소송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이 파업 철회와 무관하게 체포영장 집행 등 파업 가담자 수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부담이다. 코레일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조합원은 198명이나 된다.

사측이 고강도 징계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숙제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향후 직위해제·징계 등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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