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김용관) 심리로 30일 열린 이 회장 재판에서 이모(53) 전 CJ제일제당 재무팀장은 “회장실에서 매월 2억~4억원 정도 현금을 요구했다”며 “월말에 회계처리 할 때 영수증이 없으면 술집 웨이터에게서 매달 2000만~5000만원 정도 영수증을 구해 회계 처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조성된 비자금이 1998년부터 6년간 60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허위 처리는 맞지만 돈은 그룹 차원에서 공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CJ가 삼성에서 분리되기 이전부터 현금성 경비를 조달했었다”며 “당시에는 관례였고 모그룹인 삼성그룹이나 삼성 회장실에도 현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실 소속 재무2팀이 이 회장의 개인 비밀금고에 법인 자금을 보관한 정황도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44) 전 CJ 재무2팀장은 “제일제당에서 전달받은 현금 등을 CJ본사 14층 비밀 금고에 보관했다”고 밝혔다.
이씨에 따르면 13층에서 일하는 재무2팀 직원들은 14층 신동기 CJ부사장의 사무실로 현금을 운반하면서 다른 직원들은 모르는 비밀 계단을 이용했다. 현금 1만원권을 백장씩 묶어 쇼핑백에 담아 운반했고 쇼핑백 윗부분은 신문지로 덮었다.
신 부사장실 내부의 우측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개인 금고로 통하는 방이 나온다. 방의 끝에는 리모콘으로만 열 수 있는 문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무로 된 이 문은 겉보기에는 표시가 나지 않고, 리모콘의 위치는 재무2팀 직원 등 일부 직원들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문을 열고 복도를 통과하면 비밀금고가 나오는 식이다.
이씨는 “금고는 가로 세로 3m로 한 평 정도 크기였으며, 신 부사장의 방까지 포함하면 2.5평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어 “수불대장을 쓴 뒤 금고 안에 현금을 쌓아뒀다”며 “금고 안에 있는 돈은 이 회장이 장충동 집 수리비와 그림, 차량구입비 등으로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변호인 측은 “금고의 돈은 직원 격려금 등의 공적 용도로 쓰였다”고 반박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