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순환출자 금지로 1%도 되지 않는 지분을 보유한 재벌 총수 일가가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계열사 편법 지원과 경영권 편법 승계 수단으로 순환출자를 악용하는 사례도 크게 줄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62개 대기업집단의 소유구조 가운데 지분율 1% 이상인 순환출자 고리 수는 14개 집단, 124개에 이른다.
개정 법안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에 시행된다. 따라서 내년 7월부터 실제 규제가 시작된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 내 계열사끼리 순환출자 고리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순환출자를 강화할 수 없도록 했다.
부실징후 기업이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절차를 개시한 경우 채권단 결정이 있었다면 기존 순환출자 고리 내에 신주 취득이 발생했더라도 예외를 허용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총수의 주식 출연으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나 기존 순환출자 강화도 인정받는다. 다만 구조조정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는 주식을 취득한 날로부터 유예기간 3년 안에 해소해야 한다.
기존 순환출자는 그대로 인정했다. 강제 해소할 경우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어 규제대상에서 뺐다. 대신 공시의무 부과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소를 유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에다 일본의 지속적 엔저 정책으로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만 양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기업 인수 등 신규 투자를 위축시키고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를 어렵게 하는 등 경영권 보호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본다. 그나마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기존 순환출자 해소가 제외된 점을 안도하는 분위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