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F-15K 전투기 “영공수호 이상 무”

공군 F-15K 전투기 “영공수호 이상 무”

기사승인 2014-01-01 00:05:00

[쿠키 정치] “2014년 갑오년에도 대한민국 공군은 영공 방호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필승!”

30 오전 7시 22분 독도 상공. 계사년 마지막 초계(순찰)비행에 나선 김성주 F-15K 전투기 임무 편대장(소령)의 새해 인사가 전투기 헬멧 안의 교신 스피커로 들려왔다. 11전투비행단 예하 122비행전투대대에 소속된 6대의 F-15K 편대는 약 2시간 30분간 독도에서 마라도까지 1200여㎞의 초계 임무를 수행하며 영공 수호 의지를 다졌다.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의 초계 비행에 취재기자가 동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행대원들은 오전 5시 20분 브리핑룸에서 임무를 점검한 뒤 콤비(이동차량)를 타고 격납고로 향했다. 어두운 새벽이었지만 격납고 입구에 그려져 있는 태극기는 출격 준비를 위해 켜놓은 불빛에 비쳐 선명했다.

오전 6시 45분 모든 준비를 마친 F-15K 편대가 대구 비행장 활주로에 일렬로 섰다. 이륙한 편대는 고도 3㎞에서 시속 1100㎞의 속도로 대형을 유지하며 독도로 향했다. 비행 동안 밑으로 보이는 구름의 광경은 마치 광활한 빙하 대륙과 비슷했다.

구름 위에서 여명을 맞으며 비행한 지 25분만에 독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한일간 긴장은 고조되고 있지만 독도의 모습은 한결 같았다. 기자가 탄 F-15K의 조종간을 잡은 고상희 소령은 “매년 독도 초계비행 때마다 풍광에 감탄하지만 그보다 대한민국 영토 끝자락까지 수호한다는 소명감을 절감한다”며 “조종사들은 일본의 야스쿠니 참배 등 역사도발을 계기로 더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내 태양이 떠올랐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 위를 뚫고 나오는 태양빛은 바이저(전투기 헬멧의 고글)를 끼고 있어도 눈부실 정도였다. 이때 편대가 좌우로 갈라지는 기동을 실시했다. 온 몸에 몸무게의 최대 4배에 가까운 중력이 가해졌다. 가슴이 눌리고 아랫배에 상당한 압력이 느껴졌다. F-15K 조종사들은 작전을 수행할 때 순간 최대 9배의 중력을 견뎌야 한다. 조종사들도 3년에 한번씩 항공적응 훈련에 통과해야 전투기를 몰 수 있다.

편대는 태양을 놓고 한바퀴 선회한 뒤 포항 등을 거쳐 부산으로 향했다. 고도를 600m로 낮추자 부산과 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와 부산항이 모델하우스의 모형 건물 크기 정도로 눈에 들어왔다. 밀착대형으로 이동하는 편대는 시속 500㎞로 날아가면서 편대 날개 간 거리를 5m로 유지했다. 7년간 F-15K를 몰아온 고상희 소령은 “공중에서 이렇게 근접 대형을 유지하면서 비행하는 것은 상당한 숙련도가 필요한 기술 중 하나”라며 “공중에서 급유를 받을 때는 이 속도를 유지하며 30㎝ 단위의 정밀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일본의 방공식별구역(JADIZ)에 들어왔습니다.”

제주도 성산일출봉을 지나 마라도에 도착하기 직전 일본 측의 교신이 들려왔다. 마라도는 우리 영토이며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속하지만 남쪽 해상 일부가 JADIZ와 중첩돼 있다. 고상희 소령은 “우리 편대에 보내는 교신이 아니다. 우리 영공이기 때문에 마라도에선 일본에 (비행계획을) 통보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방공식별구역이 안보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 같은 교신도 전과 같지 않게 들린다”고 말했다.

편대는 대한민국 동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날아가 우리 영공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제주도 한라산과 백두대간의 끝자락인 소백산맥을 지나 기지로 돌아왔다. 조광제 11전투비행단장(준장)은 “동북아 안보 긴장이 높아진 상태지만 훌륭한 대원들이 있어 든든하다”며 “앞으로도 대원들에 대한 믿음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국방부 공동취재단,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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