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올해 안에 6단계 장애인등급을 경증·중증의 2단계로 단순화하기로 했던 정부 계획이 무산됐다.

장애인등급제 개편과 함께 기대됐던 서비스 확대도 따라서 없던 일이 됐다. 단계적 폐지 대신 일괄철폐를 주장한 장애계 요구를 따랐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장애인들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가 서비스 확대까지 없던 일로 만들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4월 민관 합동 장애인판정체계기획단을 출범시키며 2014년 장애인등급제를 경·중증의 2단계로 바꾸고 2017년까지는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5월에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열어 등급제 폐지를 국정과제로 확정했다.

당시 나온 자료에 따르면 ‘1단계 2014년까지 장애인등급 단순화, 2단계 2017년까지 폐지’를 적시했다.

하지만 지난 1일 통과된 2014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보면 장애인 관련 주요 서비스 예산으로는 총 8945억원만이 배정됐다. 등급제 간소화에 따른 추가예산은 반영되지 않은 액수다.

현재 장애인연금은 ‘1~2급, 3급 중복장애인’,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1~2급’에게만 신청자격을 준다. 올해 등급제가 중증(1~3급)·경증(4~6급)으로 단순화되면 1·2급이 받던 서비스의 신청자격이 1~3급으로 확대되는 효과가 생긴다. 대상이 되는 3급 장애인은 43만여명(전체 장애인의 17%)이다.

추가예산은 연금 4000억원, 활동지원 500억원으로 추산됐다. 새해 예산안에는 이 액수가 빠진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김혜진 장애인정책과장은 6일 “지난해 장애인판정체계기획단 회의를 통해 등급제는 이행단계 없이 전면폐지로 합의가 이뤄졌다”며 “등급제 개편은 낙인감을 없애기 위한 조치일 뿐 서비스 확대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기획단에 참여했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애초 올해 2단계 개편안은 정부 생각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등급제 단순화를 위한 추가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정부가 스스로 한 약속을 깨고 슬쩍 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1단계 계획이 무산되면서 장애인등급제가 과연 2017년까지 폐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등급제 폐지를 위한 연구용역 및 모형개발을 위해 총 10억원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는 “추진의지의 증거”라고 주장하지만 장애계는 “정부가 폐지를 말하면 2011년부터 4년째 위원회와 연구용역이라는 원점만 맴돌고 있다”고 비판한다.

김혜진 과장은 “장애인등급제 폐지는 국정과제이자 대통령 어젠다”라며 “절대 안 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점을 장애계가 신뢰를 갖고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