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박지성(33·PSV 에인트호벤)의 축구대표팀 복귀론이 급물살을 탔습니다. 2011년 1월 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수차례 ‘번복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둔 홍명보(45) 감독으로부터 호출 신호를 받고 또 한 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사실상 마지막이죠. 박지성은 이미 지난해 6월 “홍 감독이 불러도 대표팀으로 가지 않겠다”며 강력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와 1년6개월여 남은 현역 기간, 새로운 스타플레이어를 육성해야 하는 한국 축구의 미래로 볼 때 더 이상의 재논의는 없을 겁니다. 홍 감독은 전지훈련 등의 일정을 마친 3월쯤 박지성을 직접 만나 복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어디로?
문제는 역할입니다. 박지성이 복귀를 선택해도 홍 감독은 자리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4-2-3-1 포메이션을 꾸준하게 구사한 대표팀에서 그동안 왼쪽 미드필더와 셰도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다 최근 오른쪽 공격수로 시험 중인 박지성이 설 자리는 많지 않습니다. 박지성의 키 플레이어로서 존재감과 많은 활동량을 감안해도 현재 대표팀의 주요 전력이 빠질 수밖에 없는 포지션들이죠.
박지성이 가장 많이 소화한 왼쪽 미드필더는 대표팀의 현재 포메이션 안에서 왼쪽 공격수인 손흥민(22·레버쿠젠)과 겹칩니다. 손흥민은 올 시즌 중반까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7골을 넣고 득점 공동 14위를 달리고 있는 대표팀의 핵심 전력입니다. 베테랑인 박지성보다 전성기를 시작한 손흥민에게 더 적합한 자리죠.
두 번째 포지션인 셰도 스트라이커와 최근 소속팀인 네덜란드 프로축구 PSV 에인트호벤에서 시험 중인 오른쪽 공격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팀의 처진 공격수인 김보경(25·카디프시티)과 오른쪽 공격수인 이청용(26·볼튼 원더러스)은 현재 대표팀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중원의 선봉장입니다. 특히 이청용의 경우에서 홍 감독은 직접 주장 완장을 부여하고 역할을 축소하는 퇴행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속팀에서 왼쪽 수비형 미드필더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로 시험 중인 기성용(25·선덜랜드)은 박지성의 배치에서 유일하게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기성용을 대표팀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해도 손흥민과 이청용, 김보경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하거나 다시 옮기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이 마저도 박지성이 기존보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선 자리죠. 여간 복잡한 게 아닙니다.
언제까지 복귀론만?
박지성에게 대표팀 복귀는 많은 희생을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지성이 기존의 포메이션을 재구성하지 않고 대표팀의 주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빈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취약한 최전방 공격수나 주전을 확정하지 않은 오른쪽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기는 혁신도 필요하죠. 박지성에게는 쉽지 않은 역할일 겁니다.
시즌 중 대표팀으로 합류하거나 시즌을 마치고 월드컵 일정을 소화하면서 휴식기간을 보낼 수 없는 점도 베테랑인 박지성에게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휴식기간을 줄일 경우 올 시즌 두 달 이상 시달린 부상을 다음 시즌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원 소속팀인 잉글랜드 퀸즈파크 레인저스에서 1년간 임대된 에인트호벤에서 존재감을 되찾은 박지성이 완전 이적이나 원 소속팀 복귀를 놓고 최종 결정할 시기를 놓칠 수 있는 점도 박지성에게는 난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박지성의 복귀에 여론이 엇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겁니다. 이미 세 번의 월드컵에서 한국의 아시아 사상 첫 4강 진출(2002년 한일월드컵)과 한국의 첫 원정 승리(2006년 독일월드컵·토고 2대 1 승), 한국의 첫 원정 16강 진출(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달성한 박지성에게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홍 감독이 박지성의 복귀를 직접 만나 논의하겠다고 밝힌 지난 8일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박지성의 헌신은 지금까지 한 것만으로 충분하다”거나 “한 번의 월드컵을 포기해도 대표팀의 미래를 위해서는 베테랑의 복귀보다 신인 발굴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습니다. 한 네티즌은 월드컵 출전을 위한 대표팀 출전 과정을 군 입대와 비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지성은 3번 입대하고 또 영장을 받은 셈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군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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