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생활 못 견딘 ‘천재’, 감옥생활 25년 선고 추락…정상헌, 그는 어떤 선수였나

단체생활 못 견딘 ‘천재’, 감옥생활 25년 선고 추락…정상헌, 그는 어떤 선수였나

기사승인 2014-01-10 20:39:00
[쿠키 스포츠] ‘최고…천재….’

그가 경복고 재학 시절 들었던 소리다. NBA 진출까지 노렸던 동기 방성윤(당시 휘문고)과 고교무대 랭킹 1, 2위를 다퉜다. 일부 전문가들은 방성윤보다 잘한다고 주저없이 말했다. ‘허재를 뛰어넘을 선수’라고 예상하는 전문가까지 있었다. 2001년 연세대·중앙대와 함께 대학무대 강자인 고려대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13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듣기만 해도 끔찍한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처지가 됐다.


전 프로농구선수 정상헌 이야기다. 도대체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장밋빛 미래를 열어줄 것 같았던 대학무대에서 꼬이기 시작했다. 갓 입학한 새내기가 주전을 꿰차자 생긴 선배들의 시기, 그리고 부상. 하지만 단체생활을 인내하지 못하는 너무 자유분방한 성격이 가장 큰 문제였다.

발목 부상으로 운동을 쉬다가 노는데 재미가 들렸다. 팀 이탈과 복귀를 반복했다. 2002년 겨울, 다시 농구가 하고 싶어 당시 이충희 감독에게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싹싹 빌었다. 1년 간 열심히 땀을 흘리다가 이번엔 발등 부상을 당했다. 그는 또 농구공을 잡지 않았고 결국 2004년 제적을 당했다.

“정상헌.”

2005년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현장.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스)에 전체 8순위로 그가 지명되자 장내가 술렁였다. 아무리 고교무대를 발칵 뒤집어 놓은 유망주였지만 1년 간의 공백이 있는, 그것도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대학시절 제적을 당한 선수가 프로무대에 상위권으로 지명된 것이다. 프로에서 뛰고 싶다며 드래프트 신청을 한 사람이 배가 볼록 나와 있었다. 딱 봐도 100kg(신장 192cm)은 넘어보였다. 그만큼 오리온스의 선택은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그만큼 정상헌이란 선수는 재능과 잠재력만으로도 놓치기 아깝다는 의미였다.

그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참가한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이를 악물었다. 평범하지 않은 과거의 소유자이다보니 여기 저기서 취재가 쇄도했고, 인터뷰를 할 때마다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는 변하지 않았다. 같은 해 10월 오리온스는 팀 이탈이 잦은 그를 임의탈퇴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피우지 못한 꽃봉오리’를 피울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2006년 6월 모비스는 오리온스와 1대1 드래프트를 통해 정상헌을 영입했다. 정상헌은 유니폼을 갈아 입으면서 “이번에야말로 방황을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모비스에 입단한 뒤 군에 입대(상무)했다. 2009년 제대해 재기를 노렸지만 공백이 잦았던 탓인지 적응도 못했고 실력도 예전같지 않았다. 그대로 은퇴했다.

2013년 7월 농구팬들 사이에서 잊혀졌던 정상헌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주거지에서 자신의 처형을 목 졸라 살해한 뒤 9㎞ 정도 떨어진 오산시 가장동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았다. 그리고 2014년 1월 10일, 수원지법 형사 11부(부장 윤강열)는 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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