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 프랑켄슈타인언론 견제에도 900만 대박 이유

영화 '변호인', 프랑켄슈타인언론 견제에도 900만 대박 이유

기사승인 2014-01-12 15:35:00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1. 1000만 관객 돌파를 코앞에 둔 영화 ‘변호인’은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에 적합한 작품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15세 관람가’이니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꼭 한 번 보시라고 권해봅니다.

2. ‘변호인’이 개봉될 즈음 많은 미디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영화라며 목청을 높였지만 관객은 그러한 주입에 흔들림 없이 극장을 찾아 문화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영화가 있다하더라도 작품성이 좋다면 그것을 문화로 즐길 만큼 우리 국민이 성숙해 있다고 믿습니다.

미디어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던 시절을 살아온 세대와 수백 개의 채널과 인터넷 환경에서 살아가는 세대 간 인식 과정이 다릅니다. 그런데 그 영상 세대에게 진보 아니면 보수를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 아닐까요. 물 흐르듯 하는 국민의 동선을 막을 수 있는 권력이란 없습니다.

3.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흥행에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1980년대를 겪은 청년과 청소년들이 지금 40~50대가 됐습니다. 이들에겐 영화 속 화면이 노스탤지어입니다.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거죠.

그들 자녀는 이제 20세 전후입니다. 자녀 세대에게 노무현이란 첫 대통령이거나 두 번째 대통령 일겁니다. 따라서 영화마케팅 개념으로 보면 시장성이 아주 좋습니다. 세대 공략을 잘한 거죠.

4. 고 1 딸아이가 ‘변호인’을 보고서 제게 먼저 권합니다. 감동적이었다는 겁니다.

“주인공 ‘송변(송 변호사)’이 노무현 대통령을 묘사한 건데…”하니 “정말?” 이랬습니다. 이런 청소년과 청년들이 이념을 생각하고 영화를 보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냥 재밌어 보는 겁니다. 1951년 미국에서 ‘왈가닥 루시’라는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때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그거 보려고 대중연설을 늦췄다고 하는데 바로 그런 재미인 겁니다. ‘변호인’은 감동을 포함한 재미가 있습니다.

5. “계란으로 바위치기, 바위는 죽은 것이지만 계란은 살아서 바위를 넘는다.”

불온서적을 읽었다는 이유로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받았던 진우의 대사입니다. 송변이 그를 변호하면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는 계기가 되는 인물입니다. 진우는 홀어머니를 둔 국밥집 아들입니다. 진우 같은 이들이 세월을 뛰어 넘어 오늘 우리 사회 중추세력이 되었고요.

6. 영화 속 ‘부림사건’은 실제로는 교회 청년들이 모여 신앙 고백하면서 발단이 됐습니다.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은 지금도 문화 명소입니다. 이 골목에 있는 부산 중부교회 청년들이 헌책방에서 구한 이문열 소설 ‘사람의 아들’ 등을 읽고 양심의 소리를 냅니다. 양서조합운동이었죠. 훗날 부림사건으로 명명되는데 그 구속자 셋 중 하나는 중부교회 출신들입니다. 부산지역 최대의 용공조작 사건이었습니다. 80~90년대 교회는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었습니다.

7. ‘변호인’은 부모 세대를 이해하기 좋은 영화입니다. 부모의 젊은 시절 생활환경과 생각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요즘 아이들 리터러시 능력이 뛰어납니다. 부모 세대가 책방을 통해 독서를 했다면 그들은 미디어를 통해 독서를 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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