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보유하고 있던 20% 고농축 우라늄(HEU)을 오는 20일부터 6개월에 걸쳐 제거키로 했다. 대신 미국은 동결했던 이란의 해외자산 42억 달러(약 4조5000억원)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게 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과 이란은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실무협상을 벌여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 포기의 초기단계 이행 조치를 담은 ‘공동행동계획’을 확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과 미 국무부 등이 이날 발표한 합의문에는 20일부터 6개월 동안 20% HEU 비축분을 불능화하고, 나탄즈·포르도 등 주요 핵시설의 일부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장비를 해체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원전 연료로 사용되는 5% 미만 저농축 우라늄(SEU)의 생산은 허용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이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증할 방침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특별 성명에서 “이란의 결정에 환영한다”고 밝혔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의 핵무기 획득 방지를 위한 중요한 단계를 밟았다”고 평가했다.
대신 미국은 42억 달러 규모의 이란 해외자산 동결 조치를 6개월 동안 정기 분할 방식으로 해제할 계획이다. 다음달 1일부터 4억5000만~5억5000만 달러(약 4753억~5811억원)씩 8차례에 걸쳐 해제하게 된다. 석유화학·자동차 산업·금 거래·인도적 물자 지원 등에 대한 제재 완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정부는 이번 제재 해제로 이란이 얻을 수 있는 전체 효과는 총 70억 달러(약 7조3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이 정상적으로 이행되기까지는 몇 가지 난항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먼저 이란 내부에서 핵 협상을 반대하는 세력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 합의안이 뒤집어 질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란의 강경파들은 핵협상 타결안을 ‘독이 든 성배’라고 부르고 있다”며 이란이 HEU 제조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 의회 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신규 제재 여부도 변수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신규 제재안이 통과될 경우 “합의 내용 전체에 사망선고가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케리 장관은 “지금은 협상 프로세스를 위협하는 추가적 제재를 가해서는 안 되는 시점”이라며 “정치가 아니라 전체 국가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미국도 2006년 북한이 핵협상 결과를 뒤집고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했던 경험이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이 핵을 폐기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에서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P5+1은 지난해 11월 HEU 생산 등 핵개발 프로그램 가동을 일부 중단하는 대신 금융 제재를 완화하는 이란 핵협상 타결안에 합의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