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38차 공판을 끝으로 32차 공판부터 진행된 이른바 ‘RO(혁명조직)’ 모임에 참석한 피고인들의 대화를 담은 녹취록 29개, 녹음파일 32개(2012년 8월∼2013년 7월 녹음된 50여 시간 분량)에 대한 증거조사가 마무리됐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증거조사 때마다 잡음 등으로 잘 들리지 않는 녹음파일의 상태를 고려해 재판부의 원활한 청취를 돕고자 각자 작성한 녹취록을 제출했다. 그러나 양측의 녹취록은 같은 녹음파일을 듣고 작성된 것임에도 혐의 입증과 연결되는 중요한 부분에서 서로 다른 점이 많아 매번 공방이 벌어졌다.
변호인단은 지난해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교육수사회 모임의 검찰 녹취록에서 이 의원이 ‘전면전은 안 된다고’라고 한 발언이 ‘전면전이야 전면전’이라고 표기되는 등 414군데, 841개 단어가 악의적으로 잘못 적혔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3월 제보자 이모씨와 홍순석·한동근 피고인의 모임 녹취록에서도 “수원이나 이런 데가 참 위험해요. 레이더 기지와 비행장, 전력시설 있지”라는 이씨의 말이 한 피고인이 한 말로 둔갑됐다는 등 검찰의 녹취잘못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다.
이에 검찰은 “잘 들리지 않아 잘못 작성된 부분이 있다”면서도 “사안의 핵심과는 상관없는 지엽적인 부분이고 변호인단이 제출한 녹취록에도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곳이 많다”고 반박했다.
녹음파일 공개에도 쟁점을 놓고 공방전이 벌어졌다. 녹음파일이 부정확하게 들리거나 피고인들 발언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등의 이유로 증인신문 당시 벌어진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은 증거조사에서도 계속됐다.
지난해 5월 10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청소년수련원 모임 녹음파일에서는 이 의원이 김근래 피고인을 부르는 대목이 잘 들리지 않아 이를 두고 양측이 또다시 맞섰다.
검찰은 RO 총책인 이 의원이 하급 조직원인 김 피고인의 이름 뒤에 ‘지휘원’을 붙여서 불렀고 이로써 RO가 실체를 갖춘 조직임을 알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변호인단 역시 이름 뒤에 이어진 말은 ‘지금 오나’라며 이 의원이 모임에 지각한 김 피고인을 지적하는 상황일 뿐 RO는 허구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은 지난해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교육수사회 모임 녹취록의 “통신, 철도, 가스, 유류를 차단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철도를 통제하는 곳을 파괴” “물질기술적 준비” 등 뚜렷이 들리는 부분에서도 다툼을 이어갔다.
검찰은 “강연 주제는 한국을 위협하는 세력을 북한이 아닌 미국으로 인식하고 결정적 시기에 대비해 기간시설 파괴 등 물질기술적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한반도 정세가 정치군사적 성격을 갖지만 이에 대한 실천 활동은 정치군사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되므로 오해를 피하고자 물질기술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기간시설 파괴는 토론 주제를 오해한 일부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압수물 증거조사 후 피고인 신문이 있을 예정이다. 재판부는 제보자가 국정원에서 작성한 진술서와 수사보고서 등 37차 공판에서 증거로 채택한 서류와 피고인들 자택 등에서 발견된 북한영화 66개 등 압수물에 대한 증거조사를 일단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서류와 압수물의 양이 방대해 증거조사 일정이 연장될 가능성이 커 이 의원을 비롯한 피고인 7명에 대한 신문은 24일쯤 시작될 전망이다.
검찰은 신문 예상 시간으로 이 의원 4시간, 나머지 피고인들은 2시간씩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변호인단은 이 의원 4시간, 홍순석·한동근·이상호 피고인은 3시간씩, 나머지 피고인 3명은 2시간씩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변호인단이 최종의견 진술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함에 따라 검찰이 구형하고 변호인단, 피고인들이 최종의견을 진술하는 결심공판은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다음 달 3일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결심공판으로부터 2주 이내 선고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에 따라 선고공판은 다음 달 중순쯤 열린다.
수원=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