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정도전',중장년층 인기…지방선거 앞두고 '뜨거운 감자' 된다

사극 '정도전',중장년층 인기…지방선거 앞두고 '뜨거운 감자' 된다

기사승인 2014-01-19 15:35:00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1. “선왕의 유지를 조작하여 대통을 어지럽힌 자, 기밀을 사주하여 명나라 사신을 죽인 자, 북원(北元)과 내통하여 전쟁 위기를 조장한 자. 내 그 자를 반드시 때려잡을 것이오.”

“그게 누구요?”

“바로 당신, 밥버러지만도 못한 개자식!”

2. 18일 방영된 KBS1 TV 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 조선 개국 혁명가 정도전(조재현 분)과 고려 말 수구파 이인임(박영규)의 격한 대화입니다.

여말 권력자 이인임은 정도전이 북원 사신 영접을 거부하자 전라도 회진현(나주 다시면)으로 유배 보냅니다. 독이 오른 정도전이 가기 전 이인임에게 밥버러지 운운하며 쏘아 붙인 거죠. 이에 앞서 정도전은 이인임을 탄핵하고 그로 인한 압박을 피하려 군사조차 들어올 수 없는 성소 성균관(지금으로 치자면 종교 시설)에 들어가 단식 투쟁을 벌였습니다. 사대부 출신으로 정도전과 동문수학한 정몽주는 연대 투쟁을 벌이나 스승 이색이 “무모한 짓”이라고 하자 눈물을 머금고 돌아섭니다. 이런 두 사람 정적 되시는 거 아시죠?

3. 5회째를 맞는 이날 전국 시청률은 13.0%였습니다. 전회인 지난 12일 보다 1.2% 상승했습니다. 굵직한 사극이 동 시간대 경쟁드라마 ‘황금무지개(MBC)’ ‘세 번 결혼하는 여자(SBS)’보다 1% 정도 밖에 뒤지지 않습니다. 중년 남성을 중심으로 한 시청자가 쏠린 거죠.

4. 이 드라마 회를 거듭할수록 우리 사회의 함의를 드러내며 인기를 끌 겁니다.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백성은 복종하지만, 백성의 마음 얻지 못하면 배반하게 된다’는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의 삶. 사실(史實)을 충실해온 1~5회 방영 내용으로 보아 앞으로 ‘탈선’하기 힘듭니다. 이렇다 보면 그의 이념과 당대의 부패한 사회상이 드러내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5. ‘정도전’은 오늘의 상황과 겹쳐 드라마의 재미가 배가됩니다. 대통(大統)을 부정해야 자신들이 산다는 보수와 진보 권력, 기밀을 무기 삼아 국정을 혼란하게 하는 군사, ‘대명(大明)’ G2 등장에도 전쟁 위협 안보장사로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권력 등으로 인해 여말선초와 비교해 보게 되는 거죠.

작금의 동북아 정세는 G2 중국(明)이 부상하고 미국이 북원처럼 위축되어 갑니다. 또 일본은 당시 우리 땅 내륙 공주, 전주를 함락시킨 것처럼 재무장을 통해 발호합니다. 왜구 땜에 해주목사가 시해 당하고 조운이 중단되고, 급기야 철원 천도가 계획됐습니다. 북방의 여진 문제도 북한 문제처럼 골치 아픕니다.

6. 이날 권문세족에 정도전 등 신진사대부가 추풍낙엽 되면서 급기야 이성계도 위협에 직면 합니다. 이인임이 이성계(유동근)에게 북원 영접사를 호위하라고 명하죠. 이성계 인상 확 굳어집니다. 이성계는 세상 돌아가는 거 모르는 권력의 명령에 역성혁명을 꿈꾸죠.

7. 당시 백성의 처지도 정도전의 유배지 대사에서 나옵니다. 정도전이 부곡민에게 미신 행위를 질타하자 “양반은 (미신행위) 없어도 살아지는가 몰라도 우리 덜은 그렇지 않어라” 합니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거죠.

8. 정사(正史)를 추구하는 이 드라마가 어떤 힘을 가지고 이어질지 참 궁금합니다. 교학사 판 역사교과서 문제가 이슈화 되어 있고, 6월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 세력 간 충돌이 빚어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정도전’은 NHK 사극 ‘료마전’과 같은 정통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요? 사카모토 료마는 근대 일본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입니다. 결국 KBS의 ‘포스’가 문제겠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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