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도 감동한 '베트남 며느리' 누엔띠 꾸이의 한국사랑

총리도 감동한 '베트남 며느리' 누엔띠 꾸이의 한국사랑

기사승인 2014-01-19 16:10:01
[쿠키 사회] 한국 가수 ‘비’를 좋아했던 19살 베트남 처녀는 한국 땅을 밟게 된다는 게 꿈만 같았다. 자신보다 19살이나 많지만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서 산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2008년 고향에 부모와 두 여동생을 남겨두고 16시간 걸려 한국에 도착한 누엔티 꾸이(25)씨에게 남편과 시어머니는 따뜻한 사랑을 베풀었다. 말이 서툴고 문화도 달라 적응하는 게 힘들었지만 남편은 자상했고, 시어머니는 친딸처럼 대해줬다. 매주 일요일이면 온 가족이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렸다. 아이를 가져 기쁨은 배가 됐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임신 8개월째 되던 날 공장에 다니던 남편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시어머니를 의지하며 열심히 생활했다. 시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청상과부가 된 며느리가 안쓰러워 다른 남자와 재혼할 것을 권했지만 꾸이씨는 단호히 거부했다. 하지만 시어머니도 지난해 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이제 낯선 땅에서 꾸이씨는 아들과 단 둘이서 살고 있다.

“아들의 고향인데 제가 왜 떠나요?”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의 10평 남짓한 집에서 만난 꾸이씨는 지난 17일 ‘한국을 떠날 생각은 해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아들 최선우(5)군을 꼭 껴안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맞닥뜨린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생계비는 선우의 고모부가 매달 보내주는 50만원이 전부다. 한때 야채 박스 포장하는 일을 돕고 시간당 4000원씩 받았으나 이제는 그 일마저도 없어 쉬고 있다. 공장에서 일하고 싶지만 선우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베트남에서 친정어머니를 모셔오면 좋겠지만 자신이 한국 국적을 아직 얻지 못해 초청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 국적을 빨리 획득하고 선우가 건강하게 자라게 해달라고 늘 기도해요. 남편과 시어머니가 하늘에서 우리를 많이 도와줄 거에요.”

꾸이씨의 가장 큰 소망은 선우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려운 국적취득 시험에 합격해 빨리 한국 사람이 되고 싶다. 매주 한 차례씩 한글학교에 나가 다문화가정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서투른 한국말로 선우에게 한글책을 읽어주는 이유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해 추석 때 당시 효부로 소문난 ‘베트남 며느리’ 얘기를 듣고 이호영 비서실장을 통해 격려금을 전달했다. 정 총리는 “꾸이씨 얘기를 듣고 마음이 찡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시어머니는 격려금을 받은 다음날 아침 소천했다. 꾸이씨 모자가 어렵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정 총리는 지난 18일 이 비서실장을 다시 보내 성금을 전달하고 위로했다.

“(주변 사람들이) 얘기를 잘 안해요. 그래도 막 돌아다녀요.”
꾸이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주변의 시선이다. 온갖 역경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꾸이씨 모습에서 다문화가족의 소박한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양평=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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