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미국 체이스은행은 자신들 잘못도 아닌 정보유출 피해 고객들 위해 일요일에 문 열어
‘정보유출 피해 고객들 돕기 위해 일요일에도 일 합니다’ vs ‘우리 잘못은 맞지만 주말은 쉬어야죠.’
전자는 자신들의 잘못도 아닌 정보유출 사고에 대처하는 미국 체이스맨해튼은행(체이스은행) 이야기다. 후자는 자신들의 명백한 실수로 대규모 사고를 야기한 국내 KB국민·롯데·NH농협카드의 경우다. 천양지차와도 같은 양쪽의 모습에 네티즌들이 혀를 차고 있다.
미국 NBC뉴스 등 현지 주요 언론이 지난해 12월 2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체이스맨해튼은행은 대형 유통체인 ‘타깃(target)’에서 일어난 대형 정보유출 사고가 일어난 후 일요일에도 문을 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체이스은행은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지점들이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 고객들의 카드 재발급 업무 등에 응대하고 있다. 체이스은행은 일요일 영업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는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체이스은행의 이런 조치는 비슷한 시기에 대형 정보유출 소식이 터져 나온 KB국민·롯데·NH농협 카드와는 극명히 다르다.
이들 카드 3사는 홈페이지에 정보유출 확인방법을 개시한 후 첫 주말인 지난 18, 19일 후속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고객들로 하여금 발만 동동 구르게 만들었다. 이유는 ‘주말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카드 3사는 팩스, 인터넷, ARS를 통한 피해신고 접수만 가능하도록 했고 상담원과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 불안한 마음에 홈페이지에서 결제계좌라도 변경해 놓으려던 고객들은 ‘휴일에는’ 결제계좌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봐야 했다.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온 사건의 한 가운데 서 있으면서 평소와 거의 똑같은 주말을 보낸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소식을 국내 카드사 사태가 터진 이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전하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은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체이스은행은 정보유출 기간(지난해 11월 27일~12월 15일)에 타겟에서 자사 체크카드로 물품을 구입한 것으로 파악된 고객들의 1일 현금인출 한도를 100달러, 사용한도를 300달러로 제한했다. 해당되는 고객 규모는 약 200만 명이다. 은행의 손해가 뻔하지만 고객 피해 예방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항의·해지 신청을 위한 ARS 전화는 불통이면서 현금서비스·카드론 전화는 술술 잘 된 국내 카드사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런 조치들은 이번 사건에 체이스은행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타깃 사태는 매장의 카드 리더기가 해킹을 당해 최대 7000만명 고객의 계좌정보와 더불어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 주소 등이 외부로 유출된 사건이다. 카드사들이 시스템 구축 외부업체 직원에게 고객 개인정보를 열어줘 유출의 단초를 제공한 우리나라 사건과는 다르다.
미국과 캐나다에 19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타깃은 월마트에 이은 미국 내 2위 오프라인 유통 체인이다.
이번 범행은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전날인 지난해 11월 27일부터 12월 15일까지 타깃 매장을 방문해 카드로 물품을 구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발생했으며, 타깃은 지난 10일 피해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