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위안부 소녀상이 왜 ‘글렌데일’에 세워졌는지 아시나요?

美 위안부 소녀상이 왜 ‘글렌데일’에 세워졌는지 아시나요?

기사승인 2014-01-22 10:40:01

[쿠키 지구촌] ‘위안부 소녀상은 수많은 미국 도시 중에 왜 글렌데일에 세워졌을까?’

가천대 이성낙 명예총장이 22일 인터넷 칼럼서비스인 자유칼럼그룹에 올린 글에서 위안부 소녀상이 글렌데일(Glendale)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에 대해 흥미롭고도 의미있는 분석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LA)를 다녀왔다는 이 명예총장은 “여행 계획이 잡히면서 글렌데일을 꼭 찾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 교민이 많이 사는 미국 서부와 동부, 남부 지역의 여타 도시도 아니고 왜 글렌데일에 ‘위안부 소녀상’이 세워져 있을까 하는 의문이 늘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글렌데일은 LA 북부에 있는 도시다. 캘리포니아주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기도 하다. 위안부 소녀상은 ‘평화의 소녀상’이란 이름으로 글렌데일 시민공원에 세워졌다.

이 명예총장은 “글렌데일은 재정적으로 비교적 부유한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라고 들었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 산업 중에서도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특수 영상 제작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며 “그런데 그곳에 사는 주민 중 아르메니아 출신이 주류를 이룬다는 한마디에 ‘그렇구나, 그렇다면…’이라는 작은 안도의 기쁨이 스쳐 지나갔다. 기념 동상은 계속 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나라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지금까지의 소수민족 수난사가 대변하고 있다”며 “코소보 분쟁이 그렇고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민족 수난사가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르메니아인이 겪은 수난사는 대형 비사(悲史) 중 비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명예총장은 “대학 시절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Dostoevsky Fyodor Mikhailovich)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으면서 탄압받는 소수민족에 대해 알게 됐다. 당시 친구에게 이 작품에 담긴 무서운 내용을 언급하였더니, 당시 터키군이 같은 무슬림이지만 종파가 다른 체르께스인들을 참혹하게 학살할 때 기독교도들인 아르메니아인들은 더 큰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이 명예총장은 그 친구를 통해 제1차 세계대전 후 1915년부터 1919년 사이에도 오늘날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이 150만~200만 명의 아르메니아인을 학살한 사실도 알게 됐다고 전했다. 터키 영토에 살지만 무슬림이 아닌 기독정교(Orthodox) 신자들을 대상으로 참혹한 학살행위가 자행됐다는 내용이다.

그 때 이후 ‘소수민족 수난사’하면 아르메니아인이 겪은 참상이 떠오르곤 한다는 이 명예총장은 “피침략자의 엄청난 쓰라린 역사를 가슴에 품고 사는 아르메니아인들이 침략자들의 만행을 지켜보는 정서는 여느 민족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며 “아르메니아인들의 뼛속 깊숙이 자리한 ‘원한의 DNA’가 오히려 민족 편견을 넘어 평화에 대해 더 큰 욕망으로 표출된 것이 바로 글렌데일에 세워진 ‘평화의 기념비’로 응집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들의 깊은 속내가 녹아있다며 소녀상 옆에 쓰인 비문 내용을 요약해 소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제국군 부대에 끌려가 성 노예로 학대당한 20만 명 이상의 네덜란드, 한국, 중국, 타이완,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략) 여성들의 희생을 기리는 평화의 기념비다. 2012년 7월 30일 글렌데일이 ‘위안부의 날(Comfort Women Day)을 선포하고, 2007년 7월 30일 일본 정부가 이들 범죄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질 것을 주장하는 미국연방의회의 결의안 121호가 가결된 것을 기념한다. 이들 인권을 무시한 모독행위는 결코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게 우리의 절실한 희망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 명예총장은 “오랜 세월 힘센 주변국의 소수민족으로 살아온 아르메니아인들이 평화를 갈망하는 소리가 ‘위안부 소녀상’ 주변에서 맴돌고 있었다”면서 글을 마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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