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신제윤·조원동… 경제라인 정무감각 부재가 화를 키운다

현오석·신제윤·조원동… 경제라인 정무감각 부재가 화를 키운다

기사승인 2014-01-24 19:48:00
[쿠키 정치] 카드사 개인 정보 유출 사태를 ‘국민 탓’으로 돌린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박근혜정부 경제라인 전체의 정무감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하루빨리 사태를 수습해야할 경제수장의 감각 없는 말 한마디가 성난 민심을 더욱 들쑤셨기 때문이다.

비단 현 부총리뿐만 아니라 경제라인 고위관료들의 말실수가 잇따르자, 정부 내부에서조차 “정책 책임자가 국민을 자극하기만 하는 통에 정책 추진은 물론 박 대통령에게까지 부담을 지운다”는 자기비판이 흘러나온다.

현 부총리의 실수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했다가 한 외국언론에 “기업이 경제민주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대기업들이 잔뜩 움츠러들자 이후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때리기가 아니다”라고 수없이 설명해야 했다.

같은 해 8월 월급쟁이들의 공분을 샀던 ‘세제 정국’에서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아무리 잘된 정책이라도 국민의 오해가 없도록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같은 해 12월 철도파업 사태 때는 수습국면에 뒤늦게 “이번 파업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강경발언을 내놓자, 철도노조가 더 반발했고 파업은 그로부터 며칠을 더 지속됐다.

경제라인 다른 고위관료들에게도 정무감각 부재(不在)는 예외가 아니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 방지대책’을 발표하면서 “처음 정보유출 규모가 나왔을 때는 언론에 보도되다가 조용해졌는데 (유출 당사자인) 고객들한테 통보되면서 다시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며 사태확산 책임을 언론에 돌리는 듯한 인상을 줬다. 세제 정국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거위로부터 고통 없이 깃털을 뽑는 방법”이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 사례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정부 경제팀 전체를 물갈이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져 나온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무능한 경제 부총리는 즉각 짐을 싸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청와대·내각에 대한 전면 인사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유출사태 주체인 정부당국이 스스로 수습의 주체인 양 책임을 회피하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경제라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청와대는 다시 개각론이 불거지자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이달 초 박 대통령이 “당분간 개각은 없다”고 말했음에도 경제라인 교체 필요성이 자꾸 대두되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개각하지 않는 이유를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지금은 경제라인이 오히려 그 동력만 떨어뜨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 부총리는 한국능률협회 주최 최고경영자조찬회에 참석해 “사태를 수습하고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사람으로서의 도의”라고 말해 사퇴할 뜻이 없음을 피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