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대학 줄 세우나”… ‘총·학장 추천 채용 인원’ 할당 놓고 뒷말 무성

“삼성이 대학 줄 세우나”… ‘총·학장 추천 채용 인원’ 할당 놓고 뒷말 무성

기사승인 2014-01-26 18:38:00
[쿠키 사회] 삼성그룹이 대학별로 ‘총·학장 추천 채용’ 인원을 할당해 통보하자 뒷말이 무성하다. 대학생들의 지나친 ‘스펙 쌓기’ 부담을 덜어주고 창의적 인재를 우대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인원 배정에서 수도권·영남권 대학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삼성발(發) 대학 서열화’라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4일 전국 200여개 대학에 총·학장 추천인원을 통보했다. 삼성은 올해 공채부터 대학에서 추천 받은 5000명에게 서류전형을 면제해주고 곧바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응시하는 기회를 준다.

가장 많은 인원을 할당받은 곳은 삼성이 학교재단을 운영하는 성균관대로 모두 115명이다. 다음은 서울대와 한양대로 110명씩, 이어 연세대·고려대·경북대가 100명씩이었다. 지방대 가운데는 경북대에 이어 부산대(90명), 인하대(70명), 아주대·부경대·영남대(45) 순이었다.

주요 대학이 몰려있는 수도권들은 차치하더라도 영남권과 다른 지역 대학 간에 격차가 두드러졌다. 할당인원 상위 40위에 이름을 올린 비수도권 대학은 모두 12개교다. 이 중 영남권이 8개로 347명이 배정됐다. 반면 다른 지역은 전남대 40명, 전북대 30명, 강원대 20명, 제주대 10명으로 영남권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북대 관계자는 “각종 대학평가나 해외 대학평가에서도 (전북대가) 부산대·경북대와 비슷한데 대기업의 일방적인 횡포로 볼 수밖에 없으며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남대 관계자는 “삼성의 인원 할당은 지역 거점대학을 고루 지원하는 정부의 지방대 육성책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자대학을 홀대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화여대 30명, 숙명여대 20명, 서울여대 15명, 성신여대 15명 동덕여대 13명, 덕성여대 10명이 배정됐다. 한 여대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형성된 평판과 괴리가 있다”면서 “기업인만큼 채용에 있어서 자율성을 존중받아야 하지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동떨어진 결정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그동안 입사한 사원의 출신대학 분포, 산학협력 등을 고려해 인원을 배정했다는 입장이다. 또 총·학장 추천을 받으면 입사시험에서 서류전형이 면제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전체 신입사원의 70~80%를 이공계 출신으로 뽑는다. 기존에 입사한 사원의 출신대학 분포, 이공계열 우수도, 산학협력 정도 등을 감안해 배정했다. 삼성과 산학협력을 하고 있는 20여개 대학은 이공계열이 강해 인원이 더 갔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 러시아 등에서도 인재를 채용하는 마당에 호남이나 지방대를 차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여대 인원이 적은 것은 이공계열 우수도에서 조금 뒤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김찬희 김수현 박세환 기자 yido@kmib.co.kr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이도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