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마저… "朴 대통령, 현오석 못자르는 이유 청문회 싫어서""

"보수언론마저… "朴 대통령, 현오석 못자르는 이유 청문회 싫어서""

기사승인 2014-01-27 16:57:00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1.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태로 인한 국민 부아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습니다. 설 대목을 앞두고 있어 더욱 상승 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라고 하나 입소문만큼 무서운 게 없다는 것을 정치하는 분들 잘 아실 겁니다.

2. 이 사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마디했습니다.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는 공직자가 없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공직자 모두가

정말 국민을 위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일해 주기를 바라면서 이런 일이 재발할 시에는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입니다.“

3. 경제 수장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겨냥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데 박 대통령의 그같은 신중함이 어딘지 갑갑합니다. ‘공직자의 발언’이 이번 사안의 핵심도 아니고요. 뭐, 드라마 방식으로 얘기하자면 아랫사람이 미운 짓은 했으나 미더운 부하직원이어서 ‘쪼인다’를 까고 “똑바로 하란 말야!”하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전 국민에 피해가 미치는 신용카드 정보 유출 사안에 대해 결과적으로 누구 하나 제대로 해결하려 들지 않습니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4. 대체 왜 이렇게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온도차가 느껴질까요?

5. 조선 임금들은 백성에게 이해를 구할 일이 있으면 윤음(綸音)을 내렸습니다. 농사를 권장하거나 술을 금지하는 등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국민에게 포고한거죠. 경상도 해안 사람들이 왜구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 지역민을 상대로한 윤음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6. 1781년 정조는 겨울에 천둥이 치자 윤음을 내립니다. 당시 기상이변이란 한 해의 농사를 망치는 일이었죠. 요즘으로 치자면 산업 전반에 결정적 타격을 미치는 ‘블랙 아웃’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백관들은 자연재해 상황과 백성의 동요에 대해 제대로 보고도 올리지 않고, 그저 슬쩍슬쩍 넘기려 합니다. 임금이 이를 모를 리 없죠. 그래서 직접 글을 지어 백성과 소통을 시도했습니다. 그 시대에 골골마다 방을 붙여 보게했습니다.

‘승정원일기’가 말하는 윤음의 한 대목입니다.

‘왕은 이르노라. 나라의 흥망은 오로지 언로가 열렸느냐 막혔느냐에 달려 있으니 언로가 막히고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경우는 드물다…아, 한 사람의 총명으로는 두루 살필 수가 없고 온갖 일의 잘잘못에는 단서가 많으니…혹시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이 있더라도 그대들을 죄주지 않을 것이니, 부디 각자 할 말을 다하여 내 지극한 뜻을 져버리지 말라’

7. 이런 당부가 있은 후 백성의 상소가 이어졌고, 임금은 승정원(대통령 비서실)에 특별히 당부를 합니다.

“백성의 상소가 격식에 어긋난 것이 있더라도 일절 막지 말라”고 했습니다. 앞서 정조는 “삼사(三司·기획재정부 격)에서 임금에게 거슬리는 말과 임금의 마음을 바로잡는 논의가 나오지 않은 것은 진실로 내가 믿음을 사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자신을 책망합니다.

8. 신용정보 유출 사태는 ‘블랙 아웃’과 같은 재난입니다. 백성은 동요하는데 백관은 태평한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삼사’가 대통령 귀에 거슬리는 말은커녕 ‘있는 그대로’ 보고나하는지 걱정스럽습니다.

9. 그러다 보니 박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사과 윤음’을 하기보다 승정원 승지들 모아 놓고 ‘경고’주는 차원에서 끝을 냅니다. 현오석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이 한 숨 놓았을까요?

10. 이 상황이 어찌나 답답했던지 인터넷 보수언론 ‘뉴데일리’가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합니다. 흔치 않는 일이죠.

‘박 대통령은 뭐가 무서워서 현오석을 못 자르는가? 그를 미워도 다시 한번 부르는 이유는 (새 부총리를 내세웠을 경우) 후임자를 지명한 뒤 몰아칠 청문회에 대한 부담 때문 아닌가?’

11. 설 명절을 앞뒀습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직접 윤음해야 합니다. 박 대통령 파괴력으로 봤을 때, 현안을 솔직하게 국민 앞에 사과하면 다 따릅니다. 현 부총리에게 ‘옐로 카드’ 주고 끝낼 사안이 아니라고 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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