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체스계의 아이돌’ 매그너스 칼슨이었다. 노르웨이 국적의 칼슨은 13세에 국제체스연맹으로부터 그랜드마스터(고수) 칭호를 받은 체스 신동이다. 지난해 11월 세계 챔피언십에서 2007년부터 1인자 자리를 지킨 인도 선수 비스와나탄 아난드(44)를 꺾었다.
칼슨의 도전을 받아들인 게이츠가 경기에서 패한 건 9수 만이었다. 실력차를 고려해 게이츠에겐 말을 한 번 움직이는 데 2분, 칼슨에겐 30초가 주어졌지만 무의미했다. 칼슨은 1초도 안 돼 말을 옮겼다. 게이츠는 심사숙고해 말을 옮겼지만 칼슨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패배 후 “와, 정말 빨랐다”며 감탄했다. 경기는 지난 22일 노르웨이 방송사가 생중계했다.
게이츠가 이길 생각으로 대결에 나선 건 아니었다. 당초 경기 전 “결과는 이미 결정돼 있다”며 자신의 패배를 예고했다. 그는 살면서 지적 한계를 느낄 때가 있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칼슨과 체스를 할 때 그랬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