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9일 무단 방북 후 금수산 궁전을 참배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조영삼(55)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조씨는 1992년부터 후원해온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씨(2007년 사망)를 만나기 위해 95년 8월 밀입북했다. 북한에서 한 달간 머물다 독일로 망명했고 2012년 한국에 들어와 국가정보원에 체포됐다. 조씨는 방북 당시 북한이 주도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북한 체제 선전에 동조한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 기소됐다.
조씨가 95년 8월 12일 평양 금수산 궁전을 방문해 김일성 시신을 참배한 혐의(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를 놓고 1·2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금수산 궁전 참배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금수산 궁전은 방북자들이 의례적으로 참배하도록 요구받는 장소”라며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참배 행위가) 명복을 비는 의례적인 표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또 이념의 장벽을 초월해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로 이해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당시 보수 단체와 정치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 사회적으로 논란을 빚었다.
검찰의 상고로 이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조씨의 참배 행위에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위반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북한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해 ‘김일성 유훈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 투쟁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북한 입장에 동조한 정황이 충분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어 “조씨는 북한이 조씨의 행동을 체제 선전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금수산 궁전에 참배했다”며 “이는 북한의 입장과 체제 선전에 적극적으로 호응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금수산 궁전은 반국가단체의 수괴였던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된 곳”이라며 “그 상징성에 비춰볼 때 참배 행위를 단순히 명복을 비는 의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