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못 참아” 텔레마케터, 집단행동 조짐

“내가 왜, 못 참아” 텔레마케터, 집단행동 조짐

기사승인 2014-02-02 12:11:00

[쿠키 사회]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유탄’을 맞아 졸지에 실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몰린 텔레마케터(TM·Telemarketer)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할 태세다.

이들은 특히 ‘고용 유지’에만 그친 당국의 대책이 성과급이 대부분인 TM의 수입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탁상 행정에 불과하다며 분노하고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자신을 TM 직원이라고 밝힌 이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출산 이후 TM 일을 시작했다는 네티즌 아이디 ‘dbal****’은 지난달 29일 다음 아고라에 올린 ‘텔레마케터도 개인정보 유출된 피해자들입니다’라는 글에서 “26일 명절을 앞두고 (회사에서) 대놓고 일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무슨 죄라고, KCB의 단 1명의 직원 때문에? 아니면 정부의 입막음으로? 우리의 관계된 몇만명? 몇천명? 몇백명? 우린 당장 실업자로 낙인찍혀야 하나”라며 “그래서 대한민국은 저희한테 어떤 보상을 해 줄 건가. 저 또한 개인정보유출의 피해자인 동시에 일도 하지 말라고 통보 받아 이중으로 찍힌 피해자”라고 토로했다.

4년째 보험사에서 TM으로 일하고 있다는 ‘FL*****’은 이날 네이트 판에 올린 글에서 “우린 하루하루 그날 통화량과 건수에 따라서 급여를 받는 영업직으로 그 달 건수가 0이면 수당도 0”이라며 “그런데 당장 1월말부터 3월말까지 무작정 쉬라니, 개인정보 유출이 합법적으로 일하는 저희 TM직원으로부터 일어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국이 TM 인력 ‘고용 유지’를 요구하면서 금융사들은 이들이 강제휴가 등에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급이 수입의 대부분인 TM 인력들에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금융보험업의 TM 종사자 수는 3만2442명이다. 평균 급여수준은 ‘131만~150만원 미만’이 31.8%로 가장 많고, ‘151만~180만원 미만’이 19.9%다. 이어 ‘100만~130만원 미만’이 17.4%, ‘181만~200만원 미만’이 13.11%이며, ‘200만원 이상’이 16.2%, ‘100만원 미만’이 1.6%다.

전체의 83.8%가 한 달에 200만원도 안 되는 수입을 벌고 있으며, 이마저도 기본급이 아닌 성과급 비중이 높아 강제휴가에 들어가 일을 하지 않으면 곧바로 생계 위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TM 문제로 한숨을 쉬는 건 이들을 고용하는 쪽도 마찬가지다.

한 홈쇼핑 보험사업팀장은 “사업계획을 다 짜놨는데 갑자기 전화마케팅 채널을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말했다. TM 외주업체의 한 임원은 “TM 직원들의 수입 대부분이 성과급이다. 직원 입장에서는 곧바로 생계가 막막해지고 회사 입장에서는 일도 시킬 수 없는 직원에게 기본급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국의 대책을 원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회영업’이나 ‘음성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외주 TM 조직에 소속된 한 직원은 “집에서 인터넷전화로 일을 하고 있다”며 “회사에서도 눈감아주는 분위기다. 단속에 적발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TM 인력들은 결국 집단행동에 돌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TM 약 1만명은 오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한국컨택센터협회 주최로 항의 집회를 열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6일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 피해예방 조치의 일환으로 전화·이메일·문자메시지를 통한 대출·보험·카드 영업을 3월까지 금지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경우에 따라 이를 연장할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사진=국민일보DB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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