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2010년 2월 26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세움. 브라이언 오서(53·캐나다)는 동계올림픽 시상대 최상단에서 내려온 제자 김연아(24)로부터 건네받은 금메달에 입을 맞추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연아의 수석코치로 함께 구슬땀을 흘린 4년을 보상받은 기쁨과 자신의 현역선수 시절 한 번도 목에 걸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을 처음 마주한 감동이 복잡하게 뒤섞인 듯한 눈물이었다.
세계 여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고점인 228.56점과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첫 번째 금메달을 합작한 김연아와 오서에게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시상식은 피겨스케이팅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김연아에게 오서는 스승 이상이었다. 오서에게 김연아도 단순한 제자가 아니었다. 국제대회와 아이스쇼는 물론 광고에서도 부녀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가까워 보인 두 사람이었다.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지 세 달 만인 같은 해 5월 한 방송 토크쇼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자축하기 위해 가족과 코칭스태프가 모인 자리에서 오서로부터 ‘우리를 믿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펑펑 울었다. 정말 고마웠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감동은 반년을 넘기지 못했다. 김연아는 방송 세 달 뒤인 같은 해 8월 오서의 품에서 떠났다. 김연아가 오서의 지도를 받기 시작한 2006년 7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찾아온 파국이었다. 오서는 아사다 마오(24·일본)를 지도할 것이라는 소문과 김연아의 소속사와의 재계약 문제로 마찰을 빚었고 김연아는 이런 오서에게 등을 돌렸다.
지난 3년 6개월은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하지 않고 보낸 침묵의 시간이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은 생애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과 현역 선수로서의 작별을 준비하는 김연아와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스타 하뉴 유즈루(20·일본)를 이끌고 지도자 인생의 재기를 노리는 오서가 재회하는 무대다.
일본 선수단의 일원으로 소치에 먼저 도착한 오서는 5일 일본 규슈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김연아가 아닌 아사다의 금메달을 예상했다. 오서는 “아사다가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할 차례다. 경기장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아사다는 강력한 힘을 가진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로 무장했다. 충분하게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다”고 아사다의 손을 들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