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주겠다” 꼬임에 넘어가 수년간 “섬노예 생활” 충격

“일자리 주겠다” 꼬임에 넘어가 수년간 “섬노예 생활” 충격

기사승인 2014-02-06 17:49:00
[쿠키 사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낯선 사람을 따라나섰다가 외딴 섬으로 팔려가 수년간 ‘섬노예’로 강제노역을 해온 장애인들이 극적으로 구출됐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6일 염전에서 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며 인부들을 때린 혐의(영리목적 약취·유인 등)로 홍씨, 직업소개업자 고모(70)씨 등 형사입건해 신병처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건설 일용직으로 일해 온 채모(48)씨는 2008년 더 나은 일자리를 소개시켜준다는 전남 목포의 직업소개소 직원 고모(70)씨를 따라 전남 신안군의 한 외딴 섬 염전으로 갔다.

채씨는 괜찮은 일자리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염전 운영자 홍모(48)씨는 채씨를 하루 5시간도 재우지 않으면서 염전은 물론 벼농사, 신축건물 공사, 집안 잡일 등을 시켰지만 무보수로 ‘노예’처럼 일만 시켰다.

시각장애 5급인 김모(40)씨도 2012년 7월에 끌려와 채씨와 함께 일을 했다.

2000년 카드빛 때문에 가출해 공사장을 10여 년간 전전하며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김씨는 2012년 7월 무료급식소에서 만난 직업소개자 이모(63)씨의 “광주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꼬임에 넘어갔다. 하지만 다음날 김씨가 도착한 곳은 목포였다. 채씨와 같은 처지가 된 것이다.

무일푼에 쇠파이프 등으로 맞으면서 노예처럼 일하던 김씨와 채씨는 2012년 8월을 시작으로 수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심지어 홍씨는 “한 번 더 도망치다 걸리면 칼침을 놓겠다”고 협박하는 등 계속 노예처럼 부려먹었다.

김씨는 편지라면 우연한 기회에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부엌에서 펜을 훔쳐 매일 밤 숙소에서 몰래 ‘도와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늘 가슴에 품고 있던 김씨는 지난달 13일 이발을 하러 읍내로 나간 틈을 타 우체국을 통해 서울 어머니 앞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었다.

간간이 연락을 하던 아들이 1년 가깝게 연락이 없자 지난해 6월 실종신고를 해놓았던 김씨 어머니는 편지를 받자마자 경찰에 넘겼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바로 수사팀을 꾸려 지난달 24일 목포로 내려갔다. 경찰은 소금 구매업자로 위장해 섬을 탐문 수사해 홍씨의 염전에 접근했다. 홍씨가 섬을 떠난 사이 숙소에서 머물고 있던 김씨를 데려왔다. 이후 28일에는 채씨도 무사히 섬에서 데리고 나와 대전의 누나에게 인계했다. 김씨는 1년 6개월, 채씨는 5년 2개월 만에 노예 신세에서 벗어났다.

김씨는 귀가했으며, 채씨는 가족과 지낼 형편이 못돼 영등포 소재 쉼터에 자리를 잡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2011년 5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만균씨의 지워진 25년’이란 특집으로 이와 관련된 사실을 보도했다. 그와 관련된 수많은 추측들이 있었지만 추측으로 남을 뿐 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바다 주변에는 수많은 외진 섬이 있는데 모든 곳을 수사하기에는 벅찬 것도 사실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섬뿐만 아니라 외진 섬 작업장에서 노동착취를 당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사한 사실을 알고 있거나 목격 시 외면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전수수사가 실시되도록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섬노예가 진짜 있었네” “어떻게 2014년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있는거지” “국가에서 나서서 일망타진해야 할 듯” “2014년에 노예라니 무섭다” “이래서 외딴 사람은 따라가면 안 돼”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동필 기자 mymedia09@kmib.co.kr
김동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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