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전 청장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권 전 수사과장의 진술은 객관적으로 어긋나는 부분이 많아 믿기 어렵고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권 전 과장은 앞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청장이 2012년 12월 12일 전화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다른 경찰들은 법정에서 한결같이 ‘김 전 청장은 무죄’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전 청장이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고,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권 전 과장을 제외한 경찰이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오히려 권 전 과장 진술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입회 하에 분석 범위를 제한한 것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수서서가 국정원 게시글 검색 기준으로 제시한 100개의 키워드를 4개로 줄인 것도 시간 절약 상 필요했고 실무상 문제가 없었다고 봤다.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ID와 닉네임을 빼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당시에는 국정원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허위의 발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울청이 수서서 수사팀에 하드디스크를 전달하면서 ID와 닉네임을 누락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권 전 과장의 진술만 지나치게 믿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내용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라며 “브리핑 당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언급했더라면 오해를 줄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지난해 6월 14일 재판에 넘겨진 이후 8개월 동안 모두 16차례 재판을 받았다. 재판에 소환된 증인은 18명이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수사도 함께 맡고 있는 검찰 수사팀은 윤석열 팀장이 ‘항명 파문’으로 수사팀에서 배제됐고, 당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사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오후 2시48분 재판장이 “무죄를 선고한다”고 주문을 읽자 홀가분하다는 듯이 깊이 숨을 내쉬었다. 재판부를 향해서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법정에 나온 지인들과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법정에 출석한 수사팀 측 검사는 선고 직후 “판결문을 검토해보겠다”고만 밝힌 뒤 서둘러 법정을 나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