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다니엘 그레이그(23)은 10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올림픽 파크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결승 무대에 섰다. 하지만 1차 레이스에서 10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3초 만에 넘어지고 말았다. 절망한 그레이그는 넘어진 자세 그대로 얼굴을 감싸며 빙판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뒤늦게 몸을 털고 일어나 관중들의 격려의 박수를 받으며 쓸쓸하게 빙판을 도는 그레이그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보였다.
빙질 문제로 넘어진 선수는 그레이그만이 아니다. 2차 레이스에서 네덜란드의 스테판 그루스이스(32) 선수도 출발하다 스케이트 날이 빙판에 찍히면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손으로 균형을 잡아 재빠르게 일어나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일어서는 그의 표정에는 절망만이 가득했다. 그의 2차 기록은 56초82가 나왔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넘어지는 선수가 많아 빙질이 변수로 부상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쇼트트랙 대표팀의 전지훈련을 지휘하는 윤재명 코치는 “소치의 빙질이 태릉 빙상장과 비슷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태릉 빙상장은 선수들의 기량향상에 걸림돌이 된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빙질이 안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소치에서 훈련을 소화한 각국 선수들도 “단단히 얼어붙어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얼음이 적당히 녹지 않고 단단히 얼어붙으면 ‘수막현상’이 줄어들어 선수들이 속도를 붙이는데 어려움이 있다.
빙상에서 독주하는 네덜란드는 지난해부터 소치의 빙질을 적응해왔다. 5000m에 이어 500m까지 네덜란드 선수들이 메달을 휩쓸어 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동필 기자 mymedia0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