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통일부의 필수 핵심요원으로 가장 중요한 인재여서 통일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다른 분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청와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애초에 통일부 필수 인재를 발탁하면서 해당 부처와 적절한 조율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고, 필수 핵심 요원이라는 천 전 실장 자리는 후임자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지난 5일 천 전 실장의 안보전략비서관 내정 이틀 만에 김기웅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을 통일정책실장 직무대리에 임명한 상태다. 따라서 그는 통일부로 돌아가봤자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급작스레 청와대의 천 전 실장 내정 취소 사실이 알려지자 통일부는 그를 남북회담본부로 옮겨가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 대변인의 발표 자체가 오히려 이번 인사 취소 배경에 대한 궁금증만 증폭시킨 셈이다.
우선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논의 과정에서 천 전 실장이 기존 청와대 국가안보실 멤버들과 갈등을 빚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미 대북 정책통으로 잘 알려진 천 전 실장이 북한과의 고위급 접촉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전략을 피력하는 과정에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 접촉을 우리 측에 제안한 게 지난 8일이었으니 이를 논의하는 초기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했고, 그 결과 10일 전격 내정 철회 결정이 내려졌다는 추론이다.
일각에선 인사검증 과정에서 경질됐다는 관측도 있지만 천 전 실장이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천 실장은 내정 당일부터 지난 9일까지 청와대로 출근했다가 10일부터 안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천 전 실장 후임으로 전성훈 통일연구원장을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