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신문은 11일 중국 남부 지역에서 사막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어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신화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동부 장시(江西)성에 있는 호수 포양호는 3500㎢ 규모의 중국 최대 담수호이지만 현재 물이 완전히 말라버려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주변에 20㎢ 규모의 모래 산까지 만들어졌다. 호수가 갈수기(하천의 유량이 감소하는 시기)에 들어가는 시기도 급격히 앞당겨졌다. 예전엔 12월 초 쯤 물이 마르기 시작했지만 최근 10년 정도는 10월 말이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남부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막화 현상에 대해 기후 변화로 인한 강수량 감소를 주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고, 표면에 드러난 모래가 바람에 날려 급기야 산을 이뤘다는 것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포양호 주변 강수량이 2000년대 들어 한 세기만에 12% 정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신문은 “이건 포양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위가 내려가면서 모래가 날리는 호수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임업국 자료에 따르면 장시, 후난(湖南), 광둥(廣東), 허난(海南), 후베이(湖北), 구이저우(貴州), 쓰촨(四川), 푸젠(福建)성 등 남부 지역에서 사막화된 토지 면적은 8800㎢를 넘어섰다. 이미 사막화가 상당히 진행된 북부지역까지 합치면 264만㎢에 달하고, 매년 서울 면적의 4배인 2460㎢가 사막으로 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부 지역은 북부 지역보다 인구밀도가 높아 주민 생활에도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이 같은 사막화 현상은 주변 농경지도 잠식해 버렸다. 논밭에 모래가 쌓여 경작을 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신문은 모래 때문에 쓸모없게 된 경작지가 10년 전보다 크게 늘었고, 수확량도 10% 정도 줄었다고 전했다. 포양호 주변에 사는 한 농민(60)은 “호수의 물이 줄어든 탓에 농지에 모래 유입이 심해져 수확량이 급격히 줄었다”고 한탄했다.
전문가들은 사막화가 빚어내고 있는 재앙이 비단 기후변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공업·농업용수를 위해 곳곳에 무리하게 댐과 저수지를 조성한 것도 원인이라는 것이다. 산림벨트 조성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사막화 방지사업도 예산이 지속적으로 제공되지 않는 등의 문제로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 장시성의 둥광 마을에 모래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심기를 실시했다. 그러나 2011년부터 건설업체에 벌목 허가권을 내주면서 나무가 잘려나가는 바람에 농지 절반가량이 모래에 뒤덮였다. 이 마을의 한 남성(36)은 “벌목을 허가한 정부의 문제”라며 “책임을 지고 원래 환경으로 되돌려 놓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사막을 개간하려면 10~15년이라는 장기적인 노력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며 “당장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그 이상의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