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출고된 지 1년도 안 된 르노삼성자동차의 SM5가 주행 중에 앞바퀴가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차주는 르노삼성이 차량 결함을 전면 부정하면서도 자체 조사 결과조차 보여주지 않은 것은 물론 인터넷에 올린 관련 글을 내리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차주 A씨는 12일 국민일보 쿠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번도 사고를 낸 적 없는 SM5를 몰고 규정 속도에 맞춰 운전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차체와 조향장치에 연결된 부품인 로어암 볼 조인트(lower arm ball joint)가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며 “차량 자체 결함이 강하게 의심되는데도 르노삼성측은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이 고객 과실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사고는 2013년 9월 24일 오전 용인시 동막로길에서 주행 중이던 SM5의 오른쪽 로어암 볼트가 빠지면서 발생했다. A씨 차량은 급격히 오른쪽으로 쏠렸고 가드레일에 부딪히며 가까스로 멈춰 섰다. 사고로 A씨는 핸들을 급히 꺾느라 손가락에 중상을 입기도 했다.
A씨는 약하게 비가 온 것만 빼면 특이한 점이 전혀 없었으니 차량에 결함이 있다고 확신했다.
실제 A씨가 찍은 사진을 보면 차량에는 앞바퀴와 조수석 문 하단에 가드레일과 스친 흔적이 있을 뿐 별다른 사고 흔적이 없다. 즉 육안으로는 로어암 볼 조인트가 빠질 만큼 큰 충격이 없었다는 것이다.
A씨는 사고 당일 견인차를 요청해 차량을 르노삼성 정비 사업소로 넘겼다. A씨의 자신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으니 사고를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르노삼성측이 운전자 과실이라며 보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사고 다음날 조사를 벌인 결과 운전자 과실로 차가 오른쪽으로 쏠렸고, 이후 가드레일과 충돌하면서 로어암 볼 조인트가 빠졌다고 판정했다. 해당 부품이 빠져 바퀴가 틀어지면 차가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데 A씨 차는 충돌 이후에도 100m를 더 움직였기 때문에 차체 결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이와 관련한 근거 자료를 요구하는 A씨의 주장을 묵살했다.
A씨는 “르노삼성측에 조사 자료를 보여 달라고 했지만 르노삼성은 비밀이라며 법원 요청이 있어야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은 고객 과실인 만큼 유상으로 차량 수리를 해줄 수 있다고 했지만 A씨는 거부했다. A씨는 대신 지난해 10월 7일에 이어 지난 6일 두 차례에 걸쳐 네티즌의 도움을 구하기 위해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에 호소글을 올리고 르노삼성의 대응을 고발했다.
인터넷 글이 논란이 되자 르노삼성은 지난해 10월 18일 A씨에게 직원을 보내 “고소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A씨는 “납득할만한 증거자료조차 당사자에게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자 고소하겠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A씨는 또 “최근 르노삼성측에 내 차를 돌려달라고 하자 르노삼성이 6개월간 보관료 150만원을 내야 차량을 돌려줄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르노삼성측은 국민일보 쿠키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자체 조사 결과 고객 과실이 분명한 사건”이라며 “다만 고소를 하겠다고 말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 보관료 150만원도 고객 만족 차원에서 우리가 대신 부담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로어 암 조인트 볼은 빠지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부품“이라며 “A씨가 공개한 사진만 보면 단순히 휠이 쓸린 모습만 보이는데, 저런 가벼운 충격에 해당 부품이 손상됐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르노삼성이 자체 조사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대외비라고 숨기면 기업 스스로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르노삼성은 즉각 자료를 제공하고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정훈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