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17시간이 넘는 마라톤협상 끝에 메르켈 총리는 다음날 새벽 5시 대연정 구성 합의안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합의안에는 독일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이민자 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키로 한 것도 포함됐다. 터키계 출신 이민자 자녀가 혜택을 보는 합의안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대연정 출범 후 터키 이민자 출신인 아이단 외조구즈(46·여) 사민당 부대표를 이민청장에 임명하면서 이중국적 허용과 관련한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교민주당과 대연정에 참여한 사민당의 해석이 달라 합의파기 논란이 일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13일 보도했다.
논란의 발단은 기민당 출신의 토마스 데 마이치에르 내무장관이 마련한 이중국적 법안이다. 법안에는 이중국적 허용대상자로 이민자 자녀가 청소년기를 포함해 최소 12년을 독일에서 보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 20대의 경우 독일 고교 졸업장을 가져야 이중국적 대상자가 된다는 조항도 있다. 이중국적을 최소화하는 이런 조건은 대연정 합의문에는 없었다. 당시에는 독일에서 태어나 자란 이민자 자녀에게 이중국적 허용을 확대한다는 표현만 들어갔다.
당장 이 법안에 대해 사민당은 터키계 이민자를 독일 사회로 통합시키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민당은 지난해 선거과정에서 터키계 이주민 표 공략을 위해 독일 국적이 있더라도 옛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이중국적 보유가 가능하도록 공약한 바 있다. 사민당 관계자는 “대연정 합의안은 최소한의 합의만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기민당의 움직임이 사실상 대연정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터키계 이민자들도 이중국적 허용을 통해 당국이 자녀의 교육이력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불쾌해하고 있다.
반면 기민당은 독일에서 정규 교육을 잘 받았다는 것은 사회의 일부분이 되겠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이중국적 허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민자 자녀가 성공적으로 독일 사회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메르켈 총리는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다만 대연정 합의를 깨야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며 사민당의 불만을 가라앉히고 있다.
슈피겔은 기민당과 사민당의 갈등 속에서 이중국적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이들도 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메르켈 총리가 이민자 통합문제를 정부의 핵심과제로 선정한 상황에서 이중국적 허용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관심거리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