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류셴코는 14일(한국시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경기를 앞두고 기권했다. 경기 전 연습을 진행하던 플류셴코는 트리플 악셀 점프를 시도하고는 갑자기 허리를 붙잡으며 몸의 이상을 호소했다. 한동안 링크를 천천히 돌며 안정을 찾으려 애썼지만 다시 한 번 악셀 점프를 뛰어 보던 중 고개를 저었다. 알렉세이 미신 코치와 상의 후 심판석에 다가가 의사를 전달하고는 링크를 빠져나갔다.
그는 관중석을 향해 두 손을 들어 보이고 살짝 인사하며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장내 방송에서 플류셴코가 기권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번 대회 남자 싱글의 유일한 러시아 선수인 그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내던 관중석은 충격에 빠졌다.
플류셴코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과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두개의 은메달을 획득해 피겨 황제로 불린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시달려온 그는 소치올림픽에서 남자 싱글 출전권을 후배에게 미루고 단체전에만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러시아 대표로 선발된 막심 코프툰이 국제대회에서 부진하자 다시 러시아 대표로 복귀했다.
플류셴코는 단체전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 프리스케이팅에서 1위에 올라 조국 러시아에 피겨 단체전의 초대 금메달을 안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싱글 무대에서도 화려한 영광을 꿈꿨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원하던 방식은 아니지만, 이제 아마추어 스포츠와는 작별”이라며 “하지만 나는 이미 금메달을 따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플류셴코는 “신께서 ‘예브게니, 이제 충분하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면서 ”나이는 상관없지만 이미 12번의 수술을 거친 터라 몸을 챙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두에게 죄송하지만, 나는 정말 울 지경이 될 정도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팬들에 양해를 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