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부 공공기관이 신입사원 채용 때 응시자에게 ‘전형료’를 납부토록 요구해 취업준비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 오히려 ‘면접료’ 등을 주며 20대 취업 비용을 줄여주는 마당에 공공기관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지난 7일 신규 채용 공고를 내며 전형료 5000원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채용공고에는 응시원서, 자기소개서, 졸업증명서, 공인영어성적 증빙서류와 함께 농협 계좌로 입금한 전형료 5000원 이체확인서가 필수 제출 서류로 명시돼 있다. 이를 내지 않으면 응시자격을 박탈하며 납부한 전형료는 반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입사 전형이 합숙평가나 실기테스트 없이 필기시험·인성검사·서류·면접뿐인 데도 전형료를 받는 것은 경기도 지침 때문이다. 2012년 8월 경기도는 문화체육관광국 산하 공공기관의 직원 채용에 필기시험을 의무화하며 각 기관 재량으로 최소 5000원 이상 전형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채용해오다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자 내린 조치였다. 채용 비리 없애려 도입된 필기시험 비용을 응시자들에게 받는 셈이다.
경기문화재단이 지난해 5월 직원을 채용하면서 5000~1만원 전형료를 처음 받은 뒤 지금까지 경기도 공공기관 채용 과정에서 3차례 전형료가 징수됐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지난달 13일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혁신방안 보고회’에서 올해 인건비를 9600만원 줄이고 국비·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문턱 높은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던 이들은 “민간자본 유치라는 게 알고 보니 응시자들 전형료였다”고 비꼬며 반발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A(26·여)씨는 “다른 회사는 교통비나 면접비 명목으로 5만원 정도 주는데 입사 지원자들에게 전형료를 내라는 곳은 처음”이라며 “그래도 응시할 사람은 다 할 테니 ‘을’인 취준생이 할 말이 있겠냐”고 했다. 다른 준비생 박모(29)씨는 “책값에 차비에 부모님 뵐 낯이 없는데 아무리 5000원이라지만 전형료까지 내라니 화가 난다”며 “이윤 추구가 목적인 사기업도 안 받는 전형료를 왜 공공기관이 받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방공무원임용령과 경기도공무원인사규칙은 공공기관 응시자도 공무원에 준해 전형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응시원서만 제출하고 응시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 허수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권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