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국내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충격과 이에 따른 신흥국 시장 불안은 어느정도 완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도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어닝쇼크(예상보다 부진한 실적) 불안감도 낮아졌다.
하지만 증시가 본격적으로 기재개를 켤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주가 하락 압력이 둔화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지수 상승을 견인할 동력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지루한 박스권 장세의 돌파구는 다시 미국 지표에서 찾아야할 것 같다. 비록 미국 1월 소매판매 실적이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는 등 최근 미국 지표는 대체로 둔화 양상을 보였지만 지난달의 경우 혹한에 따른 일시적 내수하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게다가 지난주 뉴욕증시가 올들어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만큼 향후 지표를 통해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확인되면 국내 금융시장에도 청신호가 될 수 있다.
이번 주에 발표될 미국의 경제 지표로는 미국 전체 제조업 지수의 선행 지표인 뉴욕주 제조업지수, 주택 착공 건수, 생산자 물가, 소비자 물가, 기존 주택 판매 등이 있다.
FOMC의 1월 회의록에도 시선이 쏠린다. 지난달 회의에서 신흥국 위기에도 연준이 만장일치로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한 배경과 금리 인상 기준인 실업률 6.5%의 하향 조정 논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게 관건이다.
이번 주 공개 연설에 나설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도 관심 대상이다.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이 공개 연설을 한다. 리차드 피셔 달라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텍사스 대학교에서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강연한다.
지표 일정중 중국의 2월 HSBC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잠정치 발표(20일)도 이번주 국내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지표에 대해서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중국발 뉴스의 경우 우려의 눈길이 많이 쏠린다.
바로 지난달 중국의 HSBC 제조업 PMI가 예상 외의 부진을 보이면서 한때 전세계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2월 PMI가 1월보다 개선되겠지만 2개월 연속 경기회복 기준선인 50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전문가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중국 제조업 경기의 부진 장기화도 엿보이는 만큼 국내 증시의 박스권 탈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