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공공기관 민주화운동사업회 새 이사장 임명 ‘늙은 말의 지혜를 빌려라’
1. 분열의 정치 같습니다.
2. 안전행정부는 지난 14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5대 이사장(임기 3년)에 박상증(84) 목사를 임명했습니다.
박 이사장은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신학교 대학원에서 교회사를 전공했으며 세계교회협의회(WCC) 간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 참여연대 공동대표,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을 지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2001년 출범했고요. 그간 박형규 목사, 함세웅 신부,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등이 이사장을 맡아왔죠.
3. 이 사업회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법률 제 10053호)에 의한 공공기관입니다. 민주화운동정신을 계승하여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을 기리고, 민주시민교육의 중심 기관을 지향하고 있지요.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국가에 필요한 의미 있는 공공기관입니다.
4. 한국현대사에서 진보정권이 집권하지 않았더라면 이같은 사업회가 탄생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진보정권의 공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5. 한데 박상증 목사 이사장 임명에 대해 사업회 설립위원과 전직임원들이 17일 임명취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사업회 측은 박 이사장이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공개 지지했기 때문에 이사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복수의 후보를 추천했었죠. 하지만 안행부는 박 이사장을 임명했습니다. 사업회 측은 박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인사로는 중립성 유지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6. 박 이사장 임명을 두고 인터넷 댓글은 홍해 갈라지듯 좌우로 갈려 싸움질(?)이죠.
7. 과거를 밝혀 미래를 고찰하는 것이 역사입니다. 줄기차게 오른쪽 날개로만 날 수도 없는 일이고, 또 왼쪽 날개로만 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극우와 극좌를 제외한 집단지성으로 백성이 살아가기 편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지혜라고 봅니다. 분열시켜 한쪽을 자기편 삼아 정치를 한다면 후진적이겠죠.
8. 국가인권위원회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처럼 인권과 관련된 기관은 좌우 어느 한쪽에 치우친 인사보다 덕망 있는 인사를 천거하면 좋을 텐데 정권마다 저렇게 꼭 ‘자기 사람’이어야 하나 봅니다. 좌우편 누구에게도 존경 받는 숨은 보석과 같은 원로들이 많은데 말입니다.
9. 사업회 측이 반대한다 한들 박 이사장은 임명됐습니다. 사업회 측은 ‘노마지지가용야(老馬之智可用也)’라고 ‘원로의 지혜’로 사업회가 잘되도록 박수를 보내고 소송 제기를 멈추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