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이게 무슨 응원입니까. 금메달을 놓치면 각오하라고 협박하는 겁니까.”
‘피겨 여왕’ 김연아(24)를 전면으로 내세운 LPG업체의 광고 영상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광고의 주제는 응원이지만 내용은 김연아에게 국가주의를 강요하면서 부담감만 안긴다는 게 여론의 시각이다. 인터넷에서는 불매운동 조짐과 함께 이 광고를 조롱한 패러디 영상까지 등장했다.
18일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기간에 맞춰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LPG업체 E1의 광고 영상을 향한 비난과 항의가 빗발쳤다. 영상은 지난달 27일 이 업체의 관계사인 E1오렌지카드의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E1orangecard)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사의 상영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광고는 김연아가 빙판 위에서 연기하거나 태극기를 몸에 두른 흑백 영상에 응원 문구를 자막으로 입힌 형태로 제작됐다. 장면을 바꿀 때마다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 너는 4분8초 동안 숨죽인 대한민국이다 / 너는 11번을 뛰어오르는 대한민국이고 /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다 / 너는 1명의 대한민국이다’라는 문구가 화면의 가운데에 한 줄씩 나오는 방식이다.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 도전으로 모아진 국민적 관심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광고는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라는 마지막 문구로 김연아에 대한 응원 목적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반응은 달랐다. 선수의 입장에서는 기운을 얻기는커녕 부담만 느낄 것이라는 게 네티즌들의 생각이다. SNS에는 “김연아를 응원하는 것인지 금메달을 놓치면 각오하라고 협박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거나 “국호를 반복적으로 나열하면서 선수 한 명에게 국가주의를 강요한 파시스트 수준의 광고”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광고의 문구를 반대로 적어 ‘당신은 김연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제작한 패러디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3만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광고 영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