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 4대 의혹… '네 탓' 공방 수사로 해결해야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 4대 의혹… '네 탓' 공방 수사로 해결해야

기사승인 2014-02-19 21:58:00
[쿠키 사회]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는 ‘폭설’ 탓으로만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건설사의 부실시공, 리조트 측의 안전관리 소홀, 지자체의 복지부동, 행사 주최 측의 안전불감증 등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의혹이 상당하다. 이들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어 결국 경찰 조사를 통해 과실 여부가 가려질 수밖에 없다.

◇리조트 안전관리 요원들은 어디에?=사고 당일 리조트의 안전관리 담당 순찰 요원은 10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문제의 체육관 지붕의 쌓인 눈 정리를 비롯한 포괄적인 시설물 안전 관리를 담당한다. 사고 당일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 외에는 다른 행사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체육관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근무했어야 한다는 게 리조트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500여명이나 되는 대학생들이 좁은 건물에 빽빽하게 모여 있었지만 안전관리 직원들은 한 명도 자리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리조트의 진상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행사 시작 전 이벤트 업체 직원들에게 관리를 넘기고 자리를 비웠다. 리조트 관계자는 “사고 당시 야간 안전관리 요원들이 근무 중이었던 사실은 확인했지만 어디에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시설물 안전에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인원들이 붕괴된 체육관 건물에 쌓인 눈의 위험을 간과한 부분도 의문이다. 인근 울산 지역 공장 건물들이 30여동이나 주저앉는 등 사고 지역에는 기록적인 폭설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성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체육시설에서 공연, 지자체는 알면서도 묵인= 원칙적으로 집회나 공연을 열 수 없는 체육시설에서 행사를 개최한 리조트 측의 ‘편법 운영’도 화를 불렀다. 사고가 난 건물은 2009년 사용승인 당시 ‘체육시설’로 허가받았다. 당초 족구장으로 쓰이던 부지에 지붕을 덮은 형태다. 공연장·음식점·비디오방 등 다중이용업소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정기 점검 대상이지만 체육시설은 여기서 제외된다. 이번에 사고가 난 건물 또한 준공 이후 단 한 번도 검사를 받지 않았다. 경주시 관계자는 “체육시설에서 집회나 공연을 하는 건 워낙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단속은 어렵다”면서도 “문제가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붕괴된 체육관은 지자체 점검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곳곳이 안전사고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체육시설의 경우에는 시가 건립·설치한 건물에 대해서만 ‘경주시체육시설 관리 및 운영조례’에 따라 재난·재해 등 위험 상황 시 이용제한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체육관이 체육시설로 등록돼 있지만 사설 건물이라 시의 관리대상이 되지 못한 것이다.

◇행사 주최 측, 부실한 사전답사= 이벤트업체 측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미리 건물의 안전 상태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벤트 업체 등과 사전답사를 다녀온 총학생회도 사고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부산외대 신입생환영회에 음향과 조명 담당자 등 14명의 직원을 파견한 A이벤트업체 관계자는 “사고 발생 하루 전인 2월 16일 경주 마우나 리조트로 답사를 갔지만 사고가 벌어진 강당의 안전 상태까지 확인하지는 못했다”면서 “음향 장비를 정비하고 리조트 호텔 로비 5층에서 총학생회 간부들과 행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상의했다”고 말했다.

A이벤트업체는 리조트 측이 사전답사를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업체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답사를 가려고 할 때마다 리조트 측에서 눈이 많이 내린다며 나중에 오라고 했다”면서 “강당 위에 쌓여 있는 습설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조트 측에서 제설작업을 철저히 해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속절없이 무너진 철제 골조, 왜?=사고 현장은 굵은 H빔이 엿가락처럼 휘어 주저앉아 있다. 그 위를 샌드위치 패널이 덮고 있는 처참한 모습이다. 건물 전체를 지탱하는 철제 기둥까지 넘어져 있다. 기둥과 보 부분의 하중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는 등 설계 부실 의혹, 지정된 자재를 쓰지 않았다는 부실 시공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마우나리조트 내 체육관을 감리한 이상묵 건축사는 “눈이 너무 많이 왔다. 눈의 하중에 충분히 버틸 수 있도록 기준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면서 “기준 강도를 높이면 경비가 많이 든다. 어떤 건물도 지진 진도 9.0에 대비해서 집을 짓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경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조성은 기자 yido@kmib.co.kr
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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