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임원에 또 친박 출신 정치인… 낙하산 인사 근절대책?

공기업 임원에 또 친박 출신 정치인… 낙하산 인사 근절대책?

기사승인 2014-02-23 19:02:00
[쿠키 경제]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동서발전의 상임감사에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정치인이 또 임명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발표한 이른바 ‘낙하산 근절대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 홍표근(61·여)씨를 상임감사에 임명했다고 23일 밝혔다. 홍 신임 감사는 충남도의회 의원과 자유선진당 중앙위원회 부의장, 선진통일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합당하면서 당적이 새누리당으로 바뀌었다. 대선 때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여성본부장을 역임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광물자원공사 상임감사의 연봉은 3~4년 전인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1억3000만원에 달했다.

한국동서발전도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에서 활동한 강요식(53)씨를 상임감사에 임명했다.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과 국회 보좌관 출신인 강씨는 대선을 앞둔 2012년 8월 ‘박근혜 한국 최초 여성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중앙선대위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통자문위원장을 맡아 SNS 선거전략을 짰다. 동서발전 상임감사도 연봉이 2011년 1억7200만원, 2012년 1억2800만원이었다.

정치인 출신의 공기업 감사 임명은 지난주 기재부가 업무보고를 하면서 “앞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한 일이다. 기재부는 낙하산 근절을 위해 임원 직위별 세부 자격요건을 마련하겠다고도 했었다. 특히 “호주와 그리스는 5년 이상 관련 업무경력 등 계량화된 기준을 보유한다”고 설명하면서 이를 준용할 뜻을 내비쳤다.

두 상임감사 임명으로 기재부가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바로잡을 의지가 있느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기재부는 한편으로는 낙하산 근절 대책을 준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낙하산 인사를 하는 자기모순적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낙하산 근절 대책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9일 임명통보를 받았다.

기재부가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업무의 전문성도 폭넓게 해석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업무보고 사전설명회에서 “큰 조직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으면 군인·경찰 출신도 공기업 임원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광물자원공사 역시 “홍 신임감사는 도의원을 지냈으므로 감사 경험이 많을 것”이라며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동서발전 측도 “국회 보좌관을 하면서 국정감사를 해 감사 기법을 알 것”이라고 했다.

일부 공기업 임원의 경우 청와대가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어서 박 대통령이 공공기관 개혁과 낙하산 근절에 대한 확실한 의지가 있는지에 우려도 나온다. 지난 21일 취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출신의 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과 자산규모가 큰 ‘시장형 공기업’인 동서발전 강 신임감사의 경우 박 대통령이 최종 임명권자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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