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1. 지난 22일 토요일 서울역 가는 길.
서울역사와 연결되는 1호선 지하철역부터 혼잡했습니다. 주말이기도 하려니와 지하철역 내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내 곳곳을 샌드위치판넬로 차단해 놓다 보니 지하철 이용객이 어디로 들어가고, 어디로 나가야될지 몰라 우왕좌왕하기 일쑤였습니다.
2. 지하철역에서 서울역 매표소로 오르는 출구. 그 출구 앞엔 외국인 관광객이 자동 티켓창구에서 수십 미터 줄을 지어 표를 사려고 북새통입니다. 외국인들은 서울역사에서 지하철로 밀려드는 승객, 반대로 나가려는 승객 등과 뒤엉켜 당황한 채 혼잡이 극에 달했습니다.
게다가 지하철 위 서울역 광장에선 무슨 공연이 있는지 ‘뽕짝’ 노래 소리가 귀를 따갑게 합니다. 구호소리도 드높습니다. 우왕좌왕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돕는 역무원 등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3. 간신히 올라온 서울역 매표소 올라가는 지상 계단 앞. 야외공연 플라스틱 의자가 계단 앞 광장을 모두 차지했고 행인은 그 행사 의자를 피해 좁은 길로 돌아서 역사 매표소로 향합니다.
널찍이 차지한 공간의 의자에는 노인과 노숙인 등이 앉아 있습니다. 무대 앞에 몰려 있을 뿐 뒤쪽으로는 빈자리가 허다합니다. 젊은 관객은 볼 수 없었습니다.
4. 이날 공연은 ‘제18대 여성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축하공연’이었습니다. 오후 2시~6시까지였습니다. 무대는 붉은 글씨로 ‘건국 60주 10대 여성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 창조경제 대박통일’이라고 되어 있고 태극기를 배경으로 붉은 재킷을 입은 대통령이 손을 흔드는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행인들은 좁은 길과 스피커 소리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고 지나갑니다. 노숙인들은 무대가 보이는 계단에 모였고, 볕에 의지해 누워 있는 이들도 적잖았습니다. 그 사이를 ‘자유시민총연합’이라고 소속을 밝힌 노인이 부지런히 다니며 ‘박정희 대통령의 독백’ ‘어찌하여 한국천주교가 종복의 온상이 되었습니까?’라는 제목을 단 유인물을 돌립니다.
5. 무대 뒤쪽 피켓에는 ‘가수 은지원 박대통령 후보 찬조연설’이라고 되어 있고 그의 단독 얼굴과 박근혜 대통령이 찍은 사진이 담겨 있습니다. 이 행사의 주최는 ‘사단법인 한국문화예술홍보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출연진은 정상급 가수라고 하는데 참석한 노인들만큼 나이가 드셨고, 정상급인데 잘 모르겠더군요.
다만 행사장을 시민이 역사로 오르는 계단 바로 앞을 피해 북측 광장으로 이동해 꾸몄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요.
6. 수시로 집회가 열리는 서울역 광장. 외국인들은 티켓 한 장 사기위해 수십 미터 줄을 서고, 지하철 및 철도 이용객은 확성기소리에 귀를 막으며 제 길을 놔두고 밀려서 역사 구내로 진입합니다.
7. 근대건축 구역사와 현대적 공법의 신역사가 대한민국 지상 관문임을 알리는데 그 펼쳐진 내용은 ‘70년대 삶의 풍경’입니다. 한마디로 혼돈입니다. 그 많던 외국인에게 서울역은 키치(kitsch)의 풍경으로 보였을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