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7개 부처에 ‘비정규직 인력 현황’ 정보공개 청구한 지 한 달 넘게 감감… ‘정부 3.0’ 헛바퀴

[기획] 17개 부처에 ‘비정규직 인력 현황’ 정보공개 청구한 지 한 달 넘게 감감… ‘정부 3.0’ 헛바퀴

기사승인 2014-02-25 02:33:01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정부와 국민의 소통을 강조하며 ‘정부 3.0’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정보를 누구나 손쉽게 활용케 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겠다는 거였다. 공공정보 개방 운동에 앞장선 이 정부의 정보공개 수준은 얼마나 높아졌을까.

정부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가 궁금할 때 국민이 요청하는 대표적 방법은 정보공개청구다. 국민일보는 17개 중앙부처에 각각 ‘2013년 비정규직 인력 현황’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 결과 별 이유 없이 1차 통지 기한(10일)을 넘긴 부처가 5곳(29%)이나 됐고, 비정규직 문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2차 기한(20일)도 훌쩍 넘겨 한 달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정보공개를 청구한 건 지난달 9일 오후 1시. 각 부처의 전체 고용인원과 비정규직 인원, 정원 대비 비정규직 비율을 물었다. 처리 과정 안내는 이메일로, 공개할 자료는 전자파일 형태로 받기로 했다. 가장 빨리 반응한 곳은 안전행정부였다. 불과 3시간여 만에 확인 전화가 걸려오더니 다음날 바로 요청한 자료가 도착했다. 이어 기획재정부(13일), 법무부와 해양수산부(14일), 미래창조과학부(15일), 농림수산식품부(16일)가 차례로 자료를 보내왔다.

정보공개청구를 받은 기관은 10일 안에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공개를 결정한 날부터 10일 안에 요청자에게 해당 자료를 통지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 10일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9일 요청 자료를 공개키로 결정하고도 1차 통지기한인 열흘을 넘겨 지난달 20일 자료를 보내왔다. 정보공개가 늦어진 데 대해 어떤 설명도 없었다. 노동부는 정보공개를 청구한 지 11일이 지나서야 확인 전화를 걸더니 한 달이 넘도록 소식이 없었다. 노동부에서 요청 자료를 보내온 건 청구한 지 32일 만인 지난 10일이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서 혼선이 있어 이송하느라 늦어졌다”고 해명했고 1차 통지기한을 넘긴 다른 부처들도 이유를 묻자 “급하게 처리할 자료가 있었다”며 뒤늦게 사과했다. 정보공개포털을 관리하는 안전행정부는 “포털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민원사무처리법에 따라 처리기간에서 일요일을 제외한다”며 “20일이 딱 10일째 되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사무국장은 “원칙적으로 10일 안에 정보가 처리돼야 하지만 정부기관들은 단순한 문서임에도 업무상 지연이라는 핑계를 대며 습관적으로 이를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한 이메일 안내는 아예 ‘먹통’이었다. 청구 당시 처리 상황을 이메일로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단 한 통도 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자료는 수수료가 미납돼 청구가 종결될 뻔했다. 정보공개포털 담당자는 “그럴 리가 없다”고 하다가 이메일 주소가 확인되자 “메일 계정 오류로 전달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못 받은 자료가 있으면 해당 기관에 사정을 설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답을 듣는 데는 3시간이나 걸렸다. 정보공개포털의 하루 평균 방문자가 8000명에 달하는데 문의전화 회선은 02-2100-4162번과 4163번 단 둘뿐이라 내내 통화 중이었다. 안행부 관계자는 “3월 새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회선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속보유저 기자
suminism@kmib.co.kr
속보유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