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빙글빙글 한반도 포위… 최악의 '잿빛 공습'

미세먼지 빙글빙글 한반도 포위… 최악의 '잿빛 공습'

기사승인 2014-02-26 12:29:00

[쿠키 사회]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엿새째 습격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이 숨 막히는 미세먼지로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 시내 가시거리는 불과 1.3㎞로 평소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도권 미세먼지는 벌써 엿새째 기승을 부리는 중이고 다음달에는 황사까지 가세할 전망이다. 올해 봄소식은 탁한 공기를 앞세워 찾아오고 있다.

26일 낮 12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일평균 121~200㎍/㎥), 강원도와 충청도는 ‘약간 나쁨’(일평균 81~120㎍/㎥)을 기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압계가 정체되면서 중국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가 한반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마치 도넛처럼 빙글빙글 제자리에서 돌고 있어 스모그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반도 상공은 이동성 고기압이 아주 느리게 동진(東進)해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바람이 잦아들어 공기가 섞이지 않는다.

당초 이번 주 중반에 미세먼지를 씻어줄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비구름은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는 적어도 27일까지 지독한 미세먼지가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다음 달에는 북서풍을 타고 ‘불청객’ 황사도 함께 찾아온다. 기상청 관계자는 “고비사막을 포함한 내몽골 지역의 건조상태가 3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며 “때마침 세력이 확장되는 대륙 고기압과 맞물려 한반도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거나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채였다. 서울 테헤란로를 지나던 회사원 김영일(33)씨는 “미세먼지라는데 먼지가 전혀 미세하지 않다. 목이 너무 까끌까끌해 가그린과 마스크를 갖고 나왔다”고 말했다. 황사마스크를 쓰고 나온 주부 장애진(45)씨는 “어제 종일 집에 있다가 오늘 외출했는데 목과 코는 물론 눈까지 아프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의 한 이비인후과는 환자들로 크게 붐볐다. 김모(62·여)씨는 “어제 밖에서 돌아다녔더니 저녁에 목이 텁텁했는데 아침이 되니까 가래도 나오고 감기 기운도 있어 병원에 왔다”고 말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홍성출(47)씨는 “약 사흘치씩 두 번 처방하면 보통 감기가 떨어지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괴로워하는 환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일부 약국에서는 황사마스크가 동나기도 했다. 김희영(34·여)씨는 “여의도에서 황사마스크를 사려고 약국을 세 군데나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황사마스크 대신 일반 마스크라도 사서 착용하는 시민이 많았다. 미세먼지와 안개로 가시거리가 줄어 항공기 결항과 회항이 속출했다. 김포공항은 25일 출발 항공편 23편, 도착 25편 등 48편이 결항됐고, 인천국제공항도 오전에 10편 이상 회항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전국적으로 ‘약간 나쁨’(일평균 81∼120㎍/㎥)일 것이라던 국립환경과학원 예보는 빗나갔다. 이날 오전 8시 176㎍/㎥였던 서울의 시간당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기온이 오르고 대기가 안정되면서 오전 10시 228㎍/㎥, 오전 11시 222㎛/㎥ 등 ‘매우 나쁨’(일평균 201∼300㎛/㎥) 상태가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은 이번 겨울 고농도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가 33.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오보가 속출했다.

미세먼지가 지속되면 야외 노출을 줄이고 외출 때는 황사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황사마스크는 미세먼지를 95% 이상 차단해준다. 집에서도 종종 환기가 필요하며 호흡기·폐 질환자는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어린이들은 물을 자주 마시게 하고 외출 후 반드시 손과 얼굴을 비누로 씻는 게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수민 박세환 정승훈 기자 suminism@kmib.co.kr
고승욱 기자
suminism@kmib.co.kr
고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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