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시사소설] 무장 시위대 1만명, 경찰 저지선 뚫고 시내 진입

[전정희의 시사소설] 무장 시위대 1만명, 경찰 저지선 뚫고 시내 진입

기사승인 2014-02-26 16: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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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시사소설 ‘조선500년 익스트림’]

민주당은 용맹한 죽음을 택하라!(7) - 무장 시위대 1만명, 경찰 저지선 뚫고 시내 진입

대한자강회(민주당 격) 김성규는 삼나무 계단을 밟고 2층에서 내려왔다. 수행원인 듯한 사내가 앞서 내려오며 조심하라는 듯이 안내를 했다. 맥고모자를 썼으나 백발이었다. 모자는 코로지온 방수제를 발랐는지 반들반들했다.

“이 아이더냐?”

“예 그렇습니다. 나철 동지께서 보낸 아이입니다.”

석개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일전 지도에서 너를 보았다. 참으로 잠깐 사이에 많이 컸구나. 신여성 같구나. 항상 몸조심 하거라.”

김성규가 수행원에게 눈짓을 하자 그가 누런 가죽 가방을 소파 앞 탁자 위에 놓고 열더니 한지에 싼 물건 하나를 꺼냈다. 마끈으로 단단히 조여 있었다.

“이걸 나철 동지에게 전해 주거라. 소중한 것이니 단단히 품고 가야할 것이야. 눈길 미끄러우니 행여 넘어져 분실하는 일 없도록 하거라.”

김성규는 그리 말하고 일어나 천연당 사장 김규진과 몇 마디 나눴다. 김규진이 공손한 자세로 그를 의자에 앉게 하더니 삼각대 위 카메라를 만졌고 그 카메라와 연결된 검은 보자기를 머리에 둘러썼다. 진기한 모습이었다.

김규진은 도쿄에서 사진 공부를 하고 돌아와 조선(대한제국) 최초의 사진관을 열었다. 그는 무안감리를 지낸 김성규와 먼 친척으로 같은 호남의 지주 출신들이었다.

석개가 사진 찍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자 수행원이 석개의 어깨를 툭 쳤다.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이러면 쓰나?”

눈빛이 날카로웠다.

*

“지금 13도 창의군이 양주 망우리(지금의 서울 망우리고개)까지 진격했다고 하네. 의병장 허위를 필두로 유인석 곽종석 김규식 이인영 등이 이끄는 의병이 48진 1만여명에 달한다는 소식이네. 일본 놈들을 몰아낼 절호의 기회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한자강회가 도성 백성을 이끌어만 준다면 내일모레쯤 동대문을 치고 들어올 것이야.”

나철과 오혁, 그리고 얼굴을 본적 없는 떠꺼머리 장정들이 그날 오후 속속 필동 오혁의 셋집으로 스며들었다. 족히 20여명은 됐다. 그러나 그들이 들고나는 소리는 일절 나지 않았다. 모두 앞뒤를 살피고, 눈 발자국 난 곳만 디디며 사립문쪽으로 들어섰다.

석개는 그들을 위해 감식혜를 내놨다. 그릇이 모자라 내놓은 그릇을 세 번이나 거두어야 했다.

오혁이 머리를 맞댄 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우리가 성동격서로 창의군을 도와야 하네. 남산 밑 신사를 파괴하면 통감부 병력이 일시에 이쪽으로 쏠릴 걸세. 지금 창의군의 기동력과 화력은 형편없네. 농민이 삽자루 들고 싸워. 그러니 자네들이 도성 곳곳에서 주요 시설을 파괴하도록 하게. 특히 1~3진. 1진이 종로를 지나는 전차에 폭탄을 던지게. 2진은 군부대신 조중현이 애첩 집에 투척하게. 3진은 학부대신 이완용이 운니동 처갓집에 던지게. 거기에 뇌물 받은 재물이 다 있다는 거야. 경비가 이중, 삼중으로 삼엄할 할 걸세. 우리가 초개와 같이 목숨을 버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망국을 막을 수 있겠는가? 자 여기 폭탄은 3개 뿐이네.”

나철은 단호한 어조로 말을 맺었다. (계속)

전정희 jhjeon2@naver.com/ 국민일보 문화부장, 종교기획부장, 종교부장, 인터넷뉴스부장 등 역임. 인터넷 소설 ‘조선500년 익스트림’을 국민일보 쿠키뉴스에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민족주의자의 죽음’ ‘일본의 힘 교육에서 나온다’(공저), ‘TV에 반하다’ ‘아름다운 전원교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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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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