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지역에 주둔한 자국 군대에 경계령을 내리고 군사훈련을 지시한 것과 관련,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개입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그동안 리비아나 시리아와 같은 지역에서 외국군의 군사개입을 강력히 반대해온 나라가 아니냐”면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권을 침해하는 어떠한 형태의 군사개입도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직접 군사 개입할 가능성은 적지만 동유럽 불안감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문제 전문가 알렉산드르 골츠는 “서방국가들의 신경을 건드려 어떻게 나오는지 보겠다는 푸틴의 테스트”라며 “지역 긴장구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야권은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핵심 지도자 아르세니 야체뉵 조국당 대표를 과도 내각의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각 부처 장관 후보도 지명했다고 키예프포스트 등이 26일 보도했다. 과도 내각은 3월 초 열리는 의회(라다)회의에서 신임투표 절차를 거쳐 최종 임명될 예정이다.
변호사 출신인 야체뉵은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정권에서 경제장관(2005∼2006년)과 외교장관(2007년 3∼12월), 의회 의장(2007년 12월∼2008년 11월) 등을 역임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지난 3일 반정부 시위대를 달래기 위해 야체뉵에게 연립내각의 총리를 제안한 적이 있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종적을 감춘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이미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지 인터넷 뉴스 글라브콤과 고르도누아닷컴은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두 아들과 함께 러시아로 입국했으며, 최종적으로 인도네시아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경제전문지 RBK도 자체 소식통들을 인용해 야누코비치가 모스크바 서쪽 외곽 ‘바르비하’ 지역의 정부 휴양소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콜라 골롬차 우크라이나 검찰 차장은 외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