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담화 수정기류에 직격탄 날린 朴대통령… 3·1절 기념사에 일본 '주춤'

고노담화 수정기류에 직격탄 날린 朴대통령… 3·1절 기념사에 일본 '주춤'

기사승인 2014-03-02 22:24:00
[쿠키 정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두 번째 3·1절 기념사에 최고 수위의 대일(對日) 강경 메시지를 담자,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주춤하고 있다. 일본은 ‘고노 담화 수정주의’ 기류에 쐐기를 박는 박 대통령 발언이 나온 뒤 한발 물러서 “여전히 이 담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1일 제95회 3·1절 기념식에서 “한 나라의 역사인식은 그 나라가 나아갈 미래를 가리키는 나침반”이라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는 당연히 치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 역사의 진실은 살아 있는 분들의 증언이고, 정치적 이해만을 위해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고노 담화의 토대가 된 위안부 증언 재검증팀을 두겠다”고 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 언급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더 나아가 “인류 보편의 양심과 전후 독일 선례에 따라 일본 정부가 과거 부정에서 벗어나 진실과 화해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메시지는 강경했지만, 날선 단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절제된 안목을 선보임으로써 아베 정권의 극단적 우경화 행보를 더 초라해보이게 만들었다. 또 “과거 잘못을 돌아보지 못하면 새 시대를 열 수 없고, 과오를 인정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없다”며 ‘과거 반성 없이 관계 정상화는 없다’는 이른바 ‘박근혜 대일외교 독트린’도 다시 상기시켰다.

이번 3·1절 기념사에 담긴 대일 메시지는 취임 직후였던 지난해보다 분량만 비교해도 56%(456자에서 710자)나 증가했다. 그만큼 지난 1년 동안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고위관료들의 ‘문제적 행동’이 늘었고, 박 대통령은 이를 꾸준히 유념해왔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조목조목 일본의 반(反)역사성과 몰염치를 지적하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고노 담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이전부터 밝혀왔다”고 반응했다. 기시다 장관의 언급은 아베 정권이 우리 뿐 아니라 중국, 미국으로부터도 역사왜곡 비판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편협한 우익사관만 내세우다가는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아직 기시다 장관 개인의 소신 정도로 여겨진다. 아베 정권이 고노 담화 수정주의 기류를 거둬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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